지난 2001년 1월 한국에 처음으로 저작권 전쟁이 선포됐다. 음반업계는 당시 ‘소리바다’ 운영자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이후 2002년 7월 소리바다는 서비스 금지 가처분 결정을 당했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한 달 뒤 운영자는 ‘소리바다2’를 내놓았고 이후 수년간 음반업계와 소송 전쟁을 벌였다.

  대법원이 소리바다의 최종 패배를 선포한 뒤 꼬박 11년이 흘렀다. 하지만 저작권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수많은 사이트와 기술이 새로운 적으로 떠올랐고 다시금 저작권자를 괴롭히고 있다. 이들을 막기 위한 새로운 전술이 필요한 실정이다.

  강화가 다는 아니다

  현재 국회에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돼 심사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저작권 보호 심의위원회의 심의만을 거친 후 바로 불법 인터넷 사이트 차단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다시 거칠 필요가 없어져 불법 사이트 접속 차단이 빨라진다. 안효질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는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간 3~4개월이 걸리던 심의가 앞으로는 1~2주 내에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법이나 행정기관의 대책을 강화하는 방안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안효질 교수는 행정기관이 불법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원리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 법적 판단과 조치를 내릴 권한을 과도하게 가진다는 것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이헌희 연구원은 현행법이나 행정기관 대책 강화는 이미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국 「저작권법」은 타국보다 규제가 강한 편이라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법제도 많다는 것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 한국저작권위원회 등 행정부 관계기관도 많고 불법 사이트 감시나 차단도 끊임없이 하고 있죠. 이 이상 대책이나 법안을 강화하면 저작권이라는 재산권 때문에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어요. 행정부 규제나 법안을 강화할 게 아니라 유통 구조나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죠.”

  새 창을 통해 손 맞잡기

  좋은 길을 많이 마련해 소비자들이 나쁜 길로 나가지 않도록 막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안효질 교수는 올바른 콘텐츠 유통 시장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들이 소비자에게 적정한 가격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저작권자는 중간 유통업체에요. 이들이 소비자에게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던 것도 저작물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원인 중 하나였죠. 이제는 소비자가 안전하게 적정 가격으로 저작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저작권자가 노력해야 해요.”

  이를 위해 유통 채널을 다변화시켜야 한다는 게 이헌희 연구원의 설명이다. “정상적으로 저작물을 살 수 있는 경로가 늘어야 해요. 예를 들어 예전엔 영화관에 갈 시간이 없으면 최신 영화를 볼 수가 없었죠. 하지만 이제는 IPTV로도 집에서 저렴하고 편하게 최신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것처럼요.” 콘텐츠가 유통되는 경로나 시장이 확장돼 소비자가 적정한 가격으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규호 교수(법학전문대학원)도 창작자와 이용자가 직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 채널이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곡된 현 유통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작자가 중간 유통업체 없이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바로 제공할 수 있는 경로가 만들어져야 해요. 그럼 소비자가 중간 유통업체를 거칠 때보다 적절한 가격과 속도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되죠.” 적절한 가격으로 편리하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불법 다운로드가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규호 교수는 ‘유튜브(YouTube)’를 좋은 예로 제시했다. 창작자가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리면 사용자는 무료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이때 사용자가 콘텐츠에 삽입된 광고를 시청하면 창작자는 광고 수익의 일부를 받는다. 이규호 교수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창작자는 유튜브를 통해 모은 사용자에게 중간 유통업체 없이도 새로운 콘텐츠를 직접 판매할 수 있어요.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직접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거죠.”

  문지기 백 명보다 열쇠 하나

  저작물을 보호하는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저작권자들은 복사금지, 암호화, 시디키 등 수많은 기술적 보호조치를 통해 저작물을 보호하고 있다. 저작권 영상이나 파일 안에 정보를 써놓는 권리관리정보라는 기술도 있다. 해당 기술을 이용하면 저작물 유통 루트를 파악해 유포자를 추적할 수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불법 복제를 막는 기술도 나왔다. 이규호 교수는 현재 한국저작권보호원과 일부 기업에서 해당 기술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저작물을 유출하기가 많이 힘들어져요.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술로 영상 정보를 암호화하면 이걸 풀어서 영상을 추출하는 게 쉽지 않죠.”

  그러나 이헌희 연구원은 이런 기술적 보호조치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물을 보호하는 기술보다 보호조치를 깨는 기술이 더 많은 게 현실이에요. 물론 저작권 침해 기술 개발은 모두 법으로 금지돼 있어요. 하지만 완벽하게 막기는 힘들다 보니 다른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죠.”

  이에 전문가들은 사용자의 인식 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저작물을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요. 그래서 불법 저작물 유통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죠. 반면 한국에는 아직도 저작물을 공짜로 쉽게 써도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요.” 따라서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이헌희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헌희 연구원은 교육과 ‘굿 다운로더 운동’ 등의 인식 개선 활동을 통해 저작권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기관이나 행정기관들이 나서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작물에 정당한 비용을 주고 사용하겠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해요. 어린 시절부터 저작권 교육을 해 건강한 의식을 가르치고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하죠.”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사람이 없다면 불법 업로드도 힘을 잃는다. 창작자의 노력에 정당한 보상을 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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