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됐다고 느낄 때
  • 홍희지 기자
  • 승인 2018.03.2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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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어른이 되는 생각을 하면 참 아득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도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 되었죠. 그런데 스무 살만 지나면 어른이 되는 걸까요? ‘어른이 됐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모두 대답을 머뭇거리고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어른’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이번주 ‘캠퍼스를 거닐며’에서는 ‘어른이 됐다고 느낄 때’를 주제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을 챙기는 여유가 있다면,
어른 아닐까요?

윤석원 학생(컴퓨터공학부 2)

  -2학년이 되셨다고요. 선배가 된 기분이 어때요?
  “18학번 새내기 후배가 정말 귀여워요. 지난해까지는 선배에게 밥을 얻어먹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후배에게 밥을 사주게 됐네요.(웃음)”

  -한창 ‘밥약’ 시즌이잖아요. 석원씨도 많이 사주고 계신가요?
  “얼마 전 18학번 후배에게 술을 사줬는데 술값으로 20만원이 넘게 나왔어요.(웃음) 그런데 후배가 저보다 술을 잘 마시는 거 있죠. 저한테 다음엔 숙취 해소제를 먹고 오라고 하더라고요. 후배보다 체력이 달리는 걸 보면서 저도 나이를 먹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아직 20대 초반인걸요.
  “그렇지만 어렸을 때랑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우연히 길을 가다가 작은 꼬마 아이들이 바닥에 둘러앉아서 장난감 없이 정말 재밌게 노는 걸 봤어요. 그땐 뭘 해도 재밌잖아요. 그 모습을 보니 ‘우린 이제 술이 없으면 저렇게 재밌게 놀지도 못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러웠죠.”

  -그렇다면 석원씨는 지금 어른이 됐다고 생각하나요?
  “아뇨, 그건 아직이요. 요즘 음료 회사에서 학생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제가 막내인데 저보다 나이가 많은 형, 누나와 활동하다 보면 제가 아직 많이 어리다는 걸 느끼죠. 진짜 어른이란 남한테 의존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챙겨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진짜 어른’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요?
  “제 친형이 떠올라요. 형이 지금 군인인데 예전엔 형이 참 어리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께 어리광부리면서 반항하는 모습을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이제 전역을 할 때쯤 되니까 생각하는 게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저번에도 ‘내가 월급을 모아뒀는데 집에 에어컨 하나 놔줄까?’라고 말하더라고요. 가뜩이나 적은 월급을 모아 부모님 선물도 사 오는 것을 보면 이제는 형이 정말 어른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홀로서기에 익숙해질 때,
어른이 돼 있을 거예요

남은지 학생(영어영문학과 3)

  -‘어른’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구수한 청국장, 된장, 곱창, 막창, 족발, 닭발…. 어른들의 입맛이 떠오르네요.(웃음)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내는 책임감 있는 모습도 생각나고요. 부정적인 이미지로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 남을 판단하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요.”

  -어른이 됐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글쎄요, 저는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철들고 싶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철들고 싶지 않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왜냐하면 제가 어렸을 때 너무 어른스럽게 행동하려고 했거든요. 뭐든지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죠. 인간관계나 성적도 그렇고. 돈을 관리 할 때도 영수증을 모두 모아 파일로 정리해둘 정도였어요. 완벽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다 보니 일상이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모두 내려놓고 아이의 마음으로 가볍게 살자는 생각을 했죠.”

  -그런 은지씨도 ‘나도 결국 어른이 됐구나’라고 느낄 때가 올까요?
“홀로서기가 편해질 때 어른이 됐다고 느낄 거예요. 지금도 독립적인 편이지만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완전히 독립한다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좋은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요?
  “나이가 들어도 유쾌하고 개방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 아닐까요? 틀에 박히지 않고요. 아래 세대와도 편하게 지내고 허례허식 없이 솔직한 어른이요.”

  -멋있어요! 시간이 흐르면 은지씨도 멋진 어른이 돼 있겠죠?
  “나이에 맞춰 말투나 외모가 변하더라도 생각만큼은 젊었으면 좋겠어요.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수 있는 어른이 됐으면 해요. 언제든 쉴 수 있는 단독주택에서 저만의 공간을 꾸미며 살고 있을 거예요.”

스스로 길을 찾고 결정하는 게 진짜 어른이죠
이환주 학생(전자전기공학부 3)

  -안녕하세요. 혹시 어른이 됐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나요?
  “어른이요? 가끔 그런 생각도 들지만 저는 아직도 제가 고등학생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고등학생 같다고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좋아하는지 확신이 없고 고민도 많거든요. 어른이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고 선택할 텐데 말이에요. 요즘엔 해외 유학에 관심이 있는데 유학을 가려면 준비 기간이 필요하잖아요? 시간을 들여 준비하고도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하면 그만큼 피해가 있을까봐 망설여져요. 아, 그렇지만 드문드문 나이를 의식할 때는 있어요. 처음 만난 사람한테 ‘저 몇 살 같아요?’라고 물어볼 때?(웃음)”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지는 것도 많을 것 같아요.
  “그렇죠. 성인이 되기 전에는 입시 공부처럼 주어진 일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니까 뭐든 제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할지 늘 고민해야 하죠. 어른이 되면 편하고 즐겁기만 할 줄 알았는데….”

  -어른이라고 해서 자유롭기만 한 것은 아니군요.
  “네, 해야 할 일들도 많죠. 요즘은 취업, 자격증, 어학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요. 그럴 땐 제게 패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른이 되고부터 뭔가를 시작할 때 두려움이 앞설 때가 많아졌어요.”

  -예전엔 패기를 갖고 뭔가에 임해본 적이 있었나요?
  “대학 입시를 준비했을 때요. 원래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성공할 수 있다’는 패기로 좋아하는 것들도 끊고 친구도 거의 안 만나면서 독하게 공부했어요. 덕분에 성적이 많이 올랐죠.”

  -환주씨는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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