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기 위하여
  • 공하은 기자
  • 승인 2017.12.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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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장애인이 없는 나라인 줄 알았어요.” 한국을 방문한 어느 외국인이 말했다. 어느 거리를 다녀도 장애인을 보기가 어려웠다는 그의 말이 한국의 장애인 수가 절대적으로 적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테다. 이는 한국에 장애인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배려하는 사회적 기반이 부족함을 드러낸다. 신체적 장애가 이동의 ‘장애’가 되는 세상, 전문가들과 함께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을 살펴봤다.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최근 몇 년 사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가 도입되고 서울시에서 2025년까지 시내버스 100%를 저상버스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발표하는 등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굵직한 움직임들이 일었다. 그러나 기존의 시설물이 비장애인 위주로 구성돼 있고, 그를 수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현 체계에는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실질적으로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부분은 보행 환경이에요.” 서울시의회 우창윤 의원은 한국의 보도가 보행자 친화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보도는 차량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넓은 차도에 비해 사람이 걸어 다니는 보도는 좁고 열악하다. 게다가 굴곡도 심하고 재질이 불균일해 교통약자들은 더욱더 걸어 다니기 힘든 현실이다.

 

  보행 시설의 개선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대중교통 서비스도 필요하다. 현재 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장애인 콜택시의 경우 수요 대비 공급이 현저히 부족해 대기 시간을 예측할 수 없으며 저상버스의 경우에는 버스 기사가 장애인의 탑승을 인지하지 못해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장애학생지원센터 김수현 전문연구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알림서비스가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콜택시를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저상버스가 언제 오는지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개발되면 좋을 것 같아요. 버스 기사에게 다음 정류장에서 장애인이 승차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훨씬 쉬워지겠죠.”


  덧붙여 우창윤 의원은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을 위한 안내시스템의 부족을 지적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있더라도 장애인 입장에서는 시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엘리베이터가 어느 쪽에 있는지, 환승은 어떻게 하는지와 같이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안내시스템이 필요해요.”


  자유를 보장하는 ‘법’
  전문가들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체계가 선진화된 국가로 미국과 일본을 꼽았다. 허창덕 교수(영남대 사회학과)는 미국의 사회복지 시스템을 언급했다. “미국은 장애인의 이동에 관한 모든 부분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학교에 장애 학생이 있으면 그 학생 옆에 항상 보조 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이동 시설도 다 갖춰져 있고요.” 국가가 나서서 장애인의 이동과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정책의 보장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직접 참여를 통한 현실적인 해결책 제시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국가장애위원회(National Council on Disability)는 장애 관련 정책 및 사업을 전문적으로 추진하는 기구다. “장애 관련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대부분이 비장애인이잖아요. 장애인 스스로가 느끼는 불편을 반영한 정책을 직접 발의할 수 있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해요.” 실제로 국가장애위원회 위원들은 장애인 당사자를 포함해 장애인의 부모 혹은 후견인들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장애 관련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한국에는 미국의 국가장애위원회와 유사하게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라는 국무총리 산하기구가 존재한다. 그러나 회의체 심의기구로써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형식적으로 운영될 뿐 유명무실하다는 평이 있다. 허창덕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장애 관련 정책이 시행되는 방식이 단기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애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 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먼저 구체화하는 게 중요해요. 그를 기반으로 로드맵을 세우고 하나씩 정책을 현실화해야 하죠.” 관련 이슈에 반응해 선전용으로 사용되는 정책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할 정부 기관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법률을 통해 민간 차원에서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이끌어냈다. 우창윤 의원은 민간 기업이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의 경우 택시 회사를 설립하려면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택시를 일정 비율 이상 운행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어요.”


  일본의 택시 회사에서 운영하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택시는 한국의 장애인 콜택시 서비스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한국의 장애인 콜택시는 예산 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민간 기업의 의무로 부과함으로써 공공지원의 미비함을 민간이 보완하는 방식으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권이 아닌 모두의 권리
  “현대의 발전된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기만 한다면 장애인의 이동을 도울 수 있는 양질의 시스템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을 거예요. 다만 수요가 적고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구도 나서서 개발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죠.” 김수현 전문연구원은 장애인을 위한 시스템이 부족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기술적인 여건은 충분함에도 그에 대한 관심과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의 권리 보장이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 보조는 더 이상 소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창윤 의원은 고령화 진행과 다양한 교통 약자의 예시를 들며 앞으로 대중교통 이용에 도움이 필요한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선천적 장애인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 유모차를 끄는 아이 엄마 등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모두가 교통약자예요. 누구나 교통 약자에 해당할 수 있는 거죠.”


  수요 증가에 따른 필요성의 증가를 고사하더라도 장애인 이동권은 ‘필수’의 영역이다. 허창덕 교수는 이동권이 모두가 누리고 있는, 그리고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체적 조건과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위해 우리 사회가 조성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여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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