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자란 사람은 없다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7.10.0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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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같은 돌봄을
처럼 여기는 사회

돌봄은 우리 삶의 필연
인정하고 존중해야

동양의 주식으로 여거지는 은 가정에서 자급자족하던 대표적인 곡물이다. 하지만 사회의 분업화가 이뤄지면서 사람들은 쌀을 스스로 직접 재배하는 것이 아닌 시장에서 구입하게 됐다. 구매자는 농부가 쌀을 재배하는 데에 들인 공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을 주고 쌀을 구입한다. 물품의 가치에 따라 제값을 주고 거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단순한 원리는 돌봄노동에서는 당연하지 못하다. 그들의 노동은 필요에 따라 시장에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제 몫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돌봄노동의 가치가 사라진 이유를 알아봤다.
 
 
  밖으로 나온 집안일
  토지를 중심으로 생산 활동이 이뤄졌던 시대에는 가족 구성원 전체가 함께 노동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성장과 함께 공장 체제가 등장하면서 아동 노동이 금지되고 상대적으로 육체가 강한 남성을 중심으로 생산체계가 구조화됐다. 그 과정에서 생산 노동에서 제외된 여성은 자연스레 가사노동을 맡게 됐다. 이 과정에서 여성이 담당하는 가사노동은 생산 노동으로 얻어낸 임금을 사용할 뿐 임금을 받을 필요가 없는, 노동이 아닌 단순한 가사활동으로 여겨졌다.

  이렇게 형성된 성역할 분업체계는 현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성별에 따라 고정돼 있던 노동구조가 변모하기 시작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여성에게 고정적으로 부여됐던 가사가 아닌 독립적인 일을 찾아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그에 따라 양육, 돌봄 등의 가사노동에 공백이 생기자 가사노동 형태의 개편은 불가피했다. 여성에게 주어졌던 보육, 요양, 가사 등의 가사노동이 임금을 주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고정적으로 지정된 가정 내 노동의 해체와 동시에 고령화와 저출산이 한국의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이승윤 교수(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는 최근 간병, 육아를 위한 돌봄노동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늘어난 노인을 돌볼 사람이 필요해진 거죠. 노동에 들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회에서 제공하는 보육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어요.”

  당연시되는 그들의 노고
  사회의 필요에 의해 돌봄노동이 시장에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돌봄노동자들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돌봄노동은 구체적인 검증 절차가 없는 저숙련 노동으로 쉽게 평가절하된다. 김경희 교수(사회학과)는 이러한 평가의 원인을 남성 중심의 노동시장에서 돌봄노동이 여성 직종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성들이 고를 수 있는 직업의 선택지는 얼마 없어요. 그들에게 열려있는 직업은 모성과 관련된 양육, 간병, 가사 등 어머니 혹은 여성으로서 당연시됐던 일이 대부분이었죠. 그 결과 돌봄노동자의 대부분이 여성이 됐어요.”

  실제로 직무 성격, 학력, 근무 조건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유사한 직종으로 구분되는 직업들을 비교한 결과 여성 직종남성 직종의 구분이 명확히 존재한다. 김경희 교수는 분석 결과 병원에서 돌봄노동을 하는 간호사는 교도소의 교도관과 근무 조건이나 기술 환경 등이 비슷하지만 직종에 대한 평가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간호사와 교도관은 임금 격차가 커요. 유사한 노동이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전혀 다른 거죠. 이는 남녀의 노동이 분리돼 있다는 증거에요.” 남성 중심의 노동시장에서 여성 직종으로 여겨지는 노동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중 대표적인 노동이 돌봄노동이라는 것이다.
 
  ‘
여성 직종으로 여겨지는 돌봄노동은 남성중심사회에서 저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이승윤 교수는 돌봄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 남성주의 이데올로기가 큰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돌봄노동 자체가 남성이 아닌 여성들이 가정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해왔던 노동이에요. 그래서 여성이라면 본능적으로 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죠.” 돌봄노동은 여성이 별다른 배움 없이 해오던,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돌봄노동자를 낮은 지위로 인식하는 게 당연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굳어졌다.

  노동시장의 남성주의 이데올로기뿐만 아니라 한국의 직업 위계적 인식 역시 돌봄노동의 저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송태수 교수(한국기술교육대 노동연수원)는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직업 위계가 돌봄노동의 부정적 평가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한국엔 직업적으로 지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종과 그렇지 않은 직종을 분리하려는 인식이 고착화 돼 있어요. 지적 전문성이 필요 없는 직종이라고 여겨지는 돌봄노동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직업으로 저평가돼 온 거죠.”

  경시(輕視)를 경시(更始)해야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돌봄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서 돌봄과 의존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를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는 사회에서 의존은 부정적이고 모든 사람이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주입을 계속 받아왔어요. 삶 속에서 의존 상태를 인정함으로써 의존은 한심하고 독립은 긍정적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해요.” 김경희 교수는 도움을 주고받는 돌봄과 의존 자체를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존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회적 인식은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의 저평가로 이어진다. 송태수 교수 역시 생애 전 과정에서 돌봄이 필수적임에도 이를 경시하는 태도를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돌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하찮은 노동이라는 인식이 고착화 돼 있어요. ‘그 정도 일은 쉽게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막상 아무나 못 하는 일인데도 말이에요.”

  이승윤 교수는 돌봄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은 결국 노동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며 사용자들의 인식 변화도 강조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나 아동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자들을 저평가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이들의 노동권과 근로 환경 개선은 결국 서비스 질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돌봄노동자들의 권리 개선은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죠.” 돌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통해 보다 양질의 돌봄노동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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