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자는 돌봄 받지 못했다
  • 김강혁 기자
  • 승인 2017.10.0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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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사소한 계기로 시작된 변화는 우리의 일상을 뒤집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죠. 그런 변화의 시점을 티핑 포인트라고 합니다. 이번학기 기획부는 우리 사회의 티핑 포인트가 되고자 합니다. 오늘은 돌봄노동에 티핑 포인트를 찍어보겠습니다. 인간은 누군가의 돌봄 속에서 자라고 생활하다가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렇듯 인간의 삶에 돌봄이 필수적인 만큼 그 가치와 중요성은 높게 평가돼야 마땅하죠. 하지만 사회에서 돌봄노동은 굉장히 저평가되고 있는데요. 돌봄노동자들은 고용 불안, 낮은 임금 등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차갑기만 합니다. 돌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왜 돌봄노동은 홀대받고 있는 걸까요?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실태와 그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돌봄노동자를 둘러싼
모든 것은 열악했다 

부당한 처우와 사회 인식에 가려진
그들의 절규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돌봄의 사전적 정의다. 돌봄노동자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들은 인간이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숨은 조력자다. 돌봄노동은 육체노동임과 동시에 돌봄을 받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감정노동이기도 하다. 과연 돌봄이 필요 없는 인간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돌봄노동은 업무의 중요성과 강도에 비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돌봄노동자가 처한 실상과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는 어떤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힘들다
  “세상에 이렇게 힘든 일은 없을 거예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이현숙 부지부장은 2006년부터 학교에서 급식노동자로 일했다하루에 1000많게는 2000명분의 음식을 만드는 것이 그의 업무다그는 20kg짜리 쌀 포대를 나르는 일로 일과를 시작한다쌀 포대를 다 나르고 나면 어깨와 허리가 뻐근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쉴 틈도 없이 묵직한 주방기구들을 움직이며 본격적인 조리 준비를 시작한다. 점심시간 전까지 학생들의 급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음식을 준비하고 한숨 돌려볼까 하는 찰나, 어느새 하나둘씩 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모든 식기구를 일일이 씻은 후 건조대에 놓으면 일과가 끝난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주 5일을 뼈 빠지게 일한 결과 그의 손에 쥐어진 돈은 70만원에 불과했다.
 
  과거에는 급식노동자 고용 권한이 전적으로 교장에게 있어 시시때때로 해직의 위협에 시달렸다. 2015년부터는 교육감 직고용제로 바뀌면서 과거에 비해 고용은 안정됐으나 무기 계약직이기 때문에 여전히 임금은 열악한 실정이다. “지금은 한 달에 120만원이 채 안 되는 기본급을 받고 있어요. 일이 너무 힘들고 노동 강도에 비해 받는 급여도 적어서 그만둘까 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죠.” 이현숙 부지부장은 돌봄노동자가 받는 기본급과 대우가 노동 강도에 비해 부실하다고 말했다.

  노동 강도에 비해 열약한 대우는 돌봄노동자 사이에선 고질적인 문제다. 또다른 돌봄노동자인 간병인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간병인의 고용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병원에서 간병인을 소개해 환자들에게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와 환자 본인이 직접 인력소개소를 통해 간병인을 고용하는 형태다. 그 중에서 환자가 직접 소개하는 간병인의 처우는 굉장히 열악하다. 보건의료노동조합 강연배 교육선전실장은 간병인의 급여가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간병인들은 하루 24시간 근무하면서 대체로 7~8만원의 일당을 받아요. 특히 인력소개소를 통해 고용된 간병인은 4대 보험은커녕 급여도 병원에서 고용하는 간병인보다 적은 편이에요.”

  보건의료노동조합 최승희 경기북부지부장은 10년 동안 간병인으로 일했던 경험을 회고했다. 일주일 중 6일을 환자 옆에서 밤낮으로 지새워야만 했다. 간병인은 환자의 손발이 돼 환자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심리적 불안감을 안정시키기 위해 말동무가 되기도 한다. 그는 간병인이란 24시간 동안 환자와 일심동체가 되는 직업임을 몸소 느꼈다.

  환자를 돌보는 데 간병인은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정작 간병인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승희 지부장의 식사는 밥과 김 그리고 집에서 싸 온 김치가 전부였다. “만원에 가까운 병원 밥은 7만원이라는 일당에 비해 비싸요. 가끔 병실에 밥을 먹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그 밥을 먹기도 하죠.” 최승희 지부장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식사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쉴 수 있는 휴게실도 입던 옷을 세탁할 수 있는 세탁실도 없었다. 환자가 잠든 밤에 화장실에 가서 급하게 옷을 세탁한 후 침대 밑에 몰래 널어두고 잠시 눈을 붙이는 게 휴식의 전부였다.

  가사노동자 역시 여느 돌봄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고된 하루를 보낸다. 성동행복한돌봄협동조합 조영자 이사에 따르면 가사노동자들은 대체로 고객이 의뢰한 집 청소나 세탁 업무와 같은 가사노동을 수행한다. 그저 평범한 가사노동처럼 보일지 몰라도 정해진 시간에 완수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가사노동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그렇게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업무를 끝내고 나면 걸어가기 힘들 정도로 기진맥진한 상태가 돼 버린다.

  이처럼 가사노동자들은 대체로 시간당 만원을 받으며 4시간 또는 8시간 단위로 근무한다. 조영자 이사는 시간당 만원은 전혀 많은 임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가사노동자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업무를 완료해야 해서 휴식이 없어요.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4대 보험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많이 받는다고 볼 순 없죠.” 이와 같이 돌봄노동자가 노동 강도에 비해 받는 급여와 처우가 열악한 것은 공통된 문제였다.

  외면은 상처가 됐다
  과거 돌봄노동은 주로 가정에서 여성에 의해 무급으로 수행되는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 돌봄노동은 가정 내에서 사회로, 무급 노동에서 유급 노동으로 성격이 전이됐다. 그럼에도 돌봄노동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과 평가는 여전히 그대로다. 인터뷰에 응한 돌봄노동자들은 그동안 겪었던 부정적인 시선들을 털어놓았다.
강연배 실장은 간병인이 받는 국가 차원의 대우가 좋지 않다 보니 사회의 시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가는 국민인 환자의 간병에 책임이 있어요. 하지만 현재 간병은 환자 개인의 몫이죠. 국가가 돌봄을 소홀히 여기니 돌봄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도 좋지 않을 수밖에 없죠.” 국가의 소홀한 대우가 돌봄을 저평가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돌봄노동을 바라보는 인식이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도 문제다. “가사노동자에겐 함부로 일을 시켜도 되고 가사노동자들은 그 명령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꺼려해요. 그런 인식 때문에 가족들에게도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밝히지 못하는 분들이 있죠.” 조영자 이사는 가사노동자를 가정관리사라 칭할 정도로 인식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과거의 파출부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최영미 회장은 사회적 시선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용자조차도 가사노동자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사노동자분들이 말하길 자신이 일하는 가정의 아이를 밖에서 만났을 때 아이들이 인사는 커녕 고개를 돌리고 외면할 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자신도 모르게 분노나 서러움이 확 치민다고 하소연해요.”

  돌봄노동의 저평가는 그들의 권리를 찾는 행위조차도 힘겹게 만들었다. “어떻게 애들 밥을 굶기면서 파업을 할 수 있느냐는 말이 많았어요. 급식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모르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죠.” 이현숙 부지부장의 말처럼 급식노동자의 쟁의행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국회의원의 발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실제로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이언주 의원은 파업하는 급식노동자를 향해 미친놈들이라며 그들의 행위나 생각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기는 표현을 했다.

  이처럼 돌봄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은 부당한 처우로 되돌아왔고 사회는 이를 저평가했다. 돌봄노동자들은 돌봄 받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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