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쓸 때 겁내지 마세요.”
 
  중대신문에서 한 학기동안 기자생활을 해오면서 선배 기자에게 자주 들었던 조언입니다. 기자는 다른 기자들에 비해 취재와 기사 작성 모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었죠. 한 번의 취재에도 조심스럽게 임했고 한 문장을 적어내는데도 커서 앞에서 망설이기 일쑤였고요. 잘못된 보도와 왜곡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안겨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났던 거죠.
 
  그렇게 고민이 깊어가던 시점에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 선정 결과를 분석하는 기사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선정 결과에 분석은 이미 외부 언론에서도 앞 다투어 내놓은 상황이었는데요. 특히 한 외부언론은 정원조정 규모가 사업 선정의 당락을 갈랐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언뜻 보기에 꽤나 설득력 있었죠. 하지만 교육부와 타대까지 모두 취재한 이후 내린 결론은 정원조정 규모 자체는 사업의 당락에 결정적이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결론은 타대의 학칙에 나온 입학정원을 찾고, 찾고 또 찾은 끝에 얻어진 결론이었죠.
 
  이와 함께 썼던 또 하나의 기사는 타대는 광역화 모집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기사였습니다. 역시 취재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는데요. 각 대학의 광역화 모집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기자는 각 대학마다 적어도 최근 3개년의 모집요강을 살펴보고 변경된 사항을 모두 체크했습니다. 심지어 각 대학 학보사의 관련 기사를 살펴보고 해당 대학 입학처 등에 수많은 전화통화를 시도하기도 했죠. 취재과정은 각 대학마다 분석한 자료가 책 한 권 분량에 이를 정도로 치밀하고 꼼꼼해야만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피로함을 느끼면서도 결코 취재를 게을리 할 수 없었죠. ‘사실’이 아닌 것은 ‘기사화’해선 안 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죠.

  언론사의 치열한 특종 경쟁은 이러한 두려움을 때론 불필요한 꼼꼼함으로 치부해 버리곤 합니다. 하나의 단어를 검색해도 수백 개의 관련 기사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두려움은 사치라고 말하죠. 하지만 기자는 여전히 두려움이 갖는 힘을 믿고 있습니다. 두려움은 사실에 접근할 수 있는 ‘정도(正道)’이기 때문이죠.

  특종을 위해 가장 빠른 길만을 찾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안겨준 기사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직후 주류 언론사들이 앞 다투어 내보낸 ‘전원구조’라는 오보가 대표적이죠. 제대로 된 사실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은 채 보도된 오보는 결국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습니다. 

  누군가는 기자에게 가장 필요한 소양을 ‘속도감’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기자는 쉽고 빠른 길을 걷는 것이 여전히 두렵습니다. 잘못된 분석과 설익은 예측으로 많은 독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또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것은 아닌지, 독자들에게 기자로서의 신뢰를 잃는 것은 아닌지. 기자는 조금 느리더라도, 긴장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겁내는 것’을 겁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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