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날더러 ‘노름꾼’같다 했다. 잠도 줄여가며 성실히 살아보려는 사람에게 ‘노름꾼’이라니. 순간 또 화가 치밀었지만 그가 묘사하는 나는 한낱 노름꾼이 맞았다. 
 
  손가락 5개로 다른 이의 눈 두 개를 가뿐히 속이며 벌어지는 판의 흐름을 여유와 배짱으로 놓침 없이 제압하는 ‘화려한 타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충혈된 눈 아래로 부산스레 떨리는 팔다리, 남 속이는 일도 할 줄 모르면서 눈 굴리는 소리만 요란히 내는 도박판의 영원한 패자, 초짜 노름꾼 같다는 얘기다.

  대학보도부장으로 개강을 준비하며 초짜 노름꾼의 정신상태는 파산직전이었다. 개강 직전 중앙대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A등급을 맞아 인원 감축의 불을 껐고 중앙대 교수협의회로부터 불신임 논란을 받았던 총장은 대학 운영방식을 바꾸겠다는 약속대로 다양한 학칙을 개정했다. 그 와중에 303관(법학관)의 6층 천장이 탈락해 학생들 마음에 불안함을 심었고 PRIME 사업 수주를 위해 분주한 대학본부 따라 신문사도 정신없이 움직여야 했다.

  방학 중에는 대대적인 인사개편도 이뤄졌다. 딱 어색하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바뀐 패로 한 학기를 치밀하게 꾸려갈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했다. 주로 학생단위 취재원들만 만나던 정기자 때와 달리 대학본부 인사들이 꾸리는 판은 초짜 노름꾼이 읽기엔 더 없이 크고 빨랐다. 1면 탑을 장식할 기사들이 그 골자를 파악하기도 전에 나를 스쳐 훅훅 지나갔고 통제 범위를 벗어나 날뛰는 사안들 속에 기자는 이성을 잃고 감정의 핀을 망설임 없이 뽑아버렸다.

  “나 안 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기자의 감정파산으로 뱉은 저 말 때문에 기자는 동료들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또다시 마음의 빚을 지고 말았다.

  기자는 이 빚들을 갚기 위해 이번학기 타짜가 돼 보려 한다. 오늘(7일) 문을 여는 학생 맞춤형 개인 경력관리 프로그램 ‘CAU-Rainbow System’은 효과적으로 운영이 될지, 대표자 회의는 대표자 역할을 잘 해 나갈지, 공간부터 시설, 학생자치, 행사와 사건사고까지. 판 하나, 패 하나, 사람 하나 놓치지 않고 냉철한 이성으로 제압해볼 생각이다.

  그러나 여느 타짜들처럼 눈속임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잘 했으면 잘 했다고,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가감 없이 칭찬하고 꾸짖을 것이다. 언젠가 초짜에서 타짜로 거듭난 기자가 부정의 눈속임을 밝혀내고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를 외칠 날만을 고대하며 거짓말 못하는 타짜가 되어 깨끗한 판을 만들고자 다분히 노력할 것이다.

  ‘이번학기만…. 진짜 마지막이야!’를 남용하는 기자라 신문은 그만 만들 것이라는 굳은 다짐을 믿는 지인은 이제 아무도 없다. 하지만 기자는 또다시 이번학기가 마지막이라며 공수표를 판다. 홧김에 뱉어왔던 마지막이라는 말과 달리 이번 판은 어째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운이 어디까지 따라줄지는 모르겠으나 사기와 속임수를 쓰지 않는 타짜로 이번학기 신문사 문턱을 다시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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