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이라는 공유지의 비극
  • 노채은 기자
  • 승인 2015.03.29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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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말하는 대학언론

누구의 것이라 말할 수 없는
공동체 언론


독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완전 독립 지향해야
 
 
공자는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비는 아비답게, 아들은 아들답게’라는 정명론을 통해 ‘명칭’이 ‘실제’와 일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짜지 않은 소금, 밝지 않은 빛을 보고 소금과 빛이라 부를 수 없다는 얘기다. 말하지 못하는 언론은 어떠한가. 말씀 ‘언’에 논할 ‘론’으로 명명된 ‘언론’은 말을 통해 무언가를 논하는 것이 주어진 역할이다. 무엇을 어떻게 논하느냐에 따라 그 기능은 더 구체화되겠지만 공자의 주장대로라면 말하지 못하는 언론은 언론이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편집권은 언론의 입이라 할 수 있다. 입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말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과 능력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다. 말을 해야 하는 언론에게 있어 온전히 편집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대학언론’이 만들어진 배경은 대학이 생산하는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학생과 교수, 교직원과 대학본부 그리고 동문까지. 대학을 구성하는 주체는 다양하고 의견은 넘친다. 그렇다면 이들 중 대학언론의 편집권은 누구에게 속해야 하는 것일까.

 참여연대 박경신 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이 질문에 대해 ‘학생’이라고 답한다. 대학은 주인이 없는 공간이다. 다르게 말하면 모두가 주인인 공간이라는 얘기다. 이런 정의를 가능케 하는데 있어 대학언론의 독립은 필수적이다. 대학언론이라는 독립된 공론장을 통해 모두가 주인 된 입장에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대학언론의 편집인이 대학본부 측의 인사라면 소통이 가능한 언론이 아니라 일방적 홍보도구인 ‘관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주인’이라는 대학의 정의가 무실해지는 것이다. 독립언론인 <뉴스타파>의 박대용 뉴미디어 팀장 역시 “대학언론에 대한 편집권 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결국 교수나 대학본부의 구미와 맞지 않는 기사가 나왔기 때문이다”고 말하며 대학언론은 학생들을 위한 것이지 학교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오창은 교수(교양학부대학)는 대학언론을 일종의 공동체언론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은 단일한 하나의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이라는 거대공동체를 구성하는 집단은 물론 그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들도 다양하다. 그래서 누구 하나의 것이라 말하기 어려운 것이 ‘대학언론’이다. 오창은 교수는 “물론 이 상황에서도 편집권은 학생기자에게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학언론의 편집권을 학생들이 갖는다고 해서 대학언론을 학생들만의 언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대학언론이 독립적인 편집권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대학본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대학언론의 재정적인 기반은 기본적으로 대학본부에서 나온다.
 
 하지만 대학언론의 재정이 대학본부로부터 나온다고 해서 대학본부가 편집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창은 교수는 이에 대해 “대학본부가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받아 대학언론을 지원해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학본부가 대학공동체의 언론인 대학언론을 대학본부의 언론으로 착각하는 순간 갈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박대용 뉴미디어 팀장 역시 “대학언론을 지원하는 재정적인 기반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의 언론, 혹은 대학공동체의 언론으로서 대학언론이 편집권을 지켜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박경신 교수는 대학언론이 대학본부의 재정적 지원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대학본부에 의지하지 않으려는 학생기자들의 노력도 강조한다. 그는 “그 노력이 쌓여 대학언론에 대한 신뢰를 조성하고 읽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며 “독자가 늘어나 발행부수가 증가하면 대학본부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창은 교수는 가능한 많은 주체들이 대학언론으로 모일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는 주간교수제도를 통해 교수의 참여를 이끌어 내거나 다양한 주체들이 대학언론에 참여할 수 있는 정교한 여론 참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방식이든 대학언론의 자율권이 보장되면서 대학공동체의 이익과 부합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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