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공급자 노동자가 만난
삼거리길에 선 윤리적 소비

맞는 브랜드 찾던 소비자들이
우연히 윤리적 소비를 하기도

  미용실에 가면 어디서나 패션잡지를 만나볼 수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보이는 명품으로 치장한 모델의 모습. 이뿐만 아니라 브라운관 너머로 드라마 여주인공들의 옷도 하나같이 감각이 넘친다. ‘패션’은 더 이상 ‘의식주’의 일부가 아닌 ‘자기표현’의 수단이 됐다. 그러나 그 도구가 오직 ‘명품’이 됐을 때는 얘기가 좀 다르다. ‘있는’ 사람들에겐 일상의 소비재인 것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인 것이다. 명품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과시적 성향이 불어나기도 한다. 안 사고 말면 그만이지만,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소비자들이 겪는 격차와 시기는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명품의 한 브랜드, 즉 하나의 대기업이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을 착취하거나 저임금을 지불하는 행위는 빈곤층을 더 빈곤하게 만들 뿐이다. 다행히도 경제적 여건이 충족됨에 따라 의식수준이 성장하면서 ‘착한 소비’에 대한 공급자와 소비자의 관심이 늘었다. 패션계에서도 ‘윤리적 소비’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프랑스, 영국 런던, 미국의 뉴욕, 밴쿠버에서는 ‘윤리적 패션위크’가 열리기도 했다. 옷을 내는 디자이너들은 공정거래와 지속 가능한 원단 사용, 헌 제품의 업사이클링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혜주 교수(패션디자인전공)는 “일정 수준의 윤리적 가치를 따르는 디자이너들의 모임도 있다”며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한 급부로 브랜드는 윤리적 생산을 이루려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 브랜드의 좋은 이미지와 디자인을 선망하는 소비자들이 윤리적 소비를 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윤리라는 기류를 만난 패션의 열풍은 유럽을 지나 동양으로 건너왔다. 이젠 중저가 브랜드에도 다방면으로 퍼져 전 세계 곳곳에서 윤리적 패션 활동이 일고 있다. 그중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가 ‘탐스’로 판매와 기부활동을 병행하는 신발 브랜드다.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기부할 수 있으니 1+1행사보다 의미 있어 보인다. ‘에코파티메아리’는 리사이클을 넘어서 헌 물건을 창작을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의 손에 유행이 지난 가죽 재킷이 가방으로 탈바꿈한다.

 
  이렇게 착한 브랜드라고 해도 가격이 착한 것은 아니다. 좋은 원단을 써야 하고, 기부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왜 윤리적 패션 브랜드에 손을 뻗는 것일까? 권유진 교수(패션디자인전공)는 “소비자는 패션 상품을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표현해주는 도구’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 상품을 제공하는 브랜드를 자신과 동일시해 그들의 철학까지도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패션 성향을 가진 윤리적 패션 브랜드를 소비했다가 그 브랜드의 윤리적 행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보와 가치, 문화까지 자본화되는 요즘. 높은 가치가 매겨진 상품을 추종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윤리적 패션 브랜드와 그 소비자들은 또 다른 가치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