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패션 브랜드 '리틀 파머스' 홍대점에는 자연과 함께 가자는 철학이 담겨져있다. 사진 김영화 기자

▲ 윤리적 패션 브랜드의 제품을 착용한 모습. 사진 박가현 기자-상의수익금의 일부를 유기견을 위한 기부금으로 사용하는 B사 맨투맨티-가방장바구니로 사용되던 에코백이 패션 아이템으로 등극했다.-신발T사 슈즈를 신발 사면 또 다른 신발 하나가 제3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전달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패션

착한 데다 매력적이기까지
패션, 윤리와 만나다

쓰레기의 무한한 변신부터
구매와 기부를 동시에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했다. 고운 비단결의 원단을 찾으려는 옛 사람들의 소비행태는 오늘날에도 틀린 게 없다. 그런데 비단도 명주실도 아닌 버려진 쓰레기로 만든 옷을 찾기 시작했다. 탈바꿈한 쓰레기의 인기에 다홍치마도 울고 갈 정도다. 친환경적인 재료부터 제작 판매 과정이 윤리적인 패션, 바로 착한 패션이 뜨고 있다.

 


나는 폐기물을 입는다
 

  2011년 기준 한국의 연간 쓰레기 발생량 17.860.910톤. 문제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일부 의류업계에서는 패션을 통해 해결방향을 모색했다. 이는 버려진 쓰레기를 다시 쓰는 재활용 대신 새로 기능과 가치를 부여해 완전히 다른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새활용)을 통해서 가능했다. 
 

 

 심플하면서 시크한 디자인에 여느 가방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튼튼하고 강한 내구력 역시 이 가방의 장점이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 ‘리블랭크’ 사의 본 제품은 사실 쓰레기에서 시작됐다. 뭇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한다. 버려진 현수막에서부터 지하철 광고판 모두가 가방의 원재료들이기 때문. 하지만 이 가방들은 업사이클링을 통해 제2의 인생을 부여받았다. 
 

 

 업사이클링을 통해 새 삶을 부여받은 쓰레기들은 현수막뿐만이 아니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인 ‘리틀 파머스’에는 다양한 제품들이 새 숨을 내쉬고 있다. 와인병 뚜껑으로 쓰이는 코르크가 빈티지한 느낌의 지갑이 되고 폐타이어는 환경호르몬을 내뱉는 대신 푹신푹신한 신발 밑창이 되기로 했다. 이외에도 신문지, 자투리 천, 페트병 등 일상생활의 모든 쓰레기가 친환경 패션을 만드는 착한 손들에 의해 독특한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착한 패션, 친환경적인 제작과정을 거쳐 윤리적인 소비로 이어지는 하나의 트렌드다.
 

 

 “일반 가죽은 공정과정에서 화학약품이 어마어마하게 첨가돼요. 염색과 코팅과정에서도 환경에 유해한 물질들이 수질을 오염시키고 환경을 파괴하죠.” 리틀파머스 홍대점 직원 김효진씨는 착한 패션을 표방한 근거에 대해 말했다. ‘우리는 느리게 걷자’는 구호를 외치며 재료선정부터 제작과정까지 조금은 느리더라도 자연과 함께 가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환경에 무해한 식물성 원료 등의 오가닉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재고도 쓰레기’라는 기업방침에 적으면 3개 많으면 20개 소량제작이 기본이다.
 

 

 윤리적인 패션은 예쁘지 않다는 편견에도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또 다른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터치포굿’의 솔루션팀 하현옥 팀장은 착한 패션만의 디자인 요소가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재료의 특성을 참신하게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은 독특한 아이디어 자체가 큰 매력이에요. 뿐만 아니라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차별화 욕구를 십분 반영한 제품들은 우주에 하나뿐인 디자인이라는 점이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주죠.” 
 

 

 대형 의류 매장에 늘어선 그저 비슷한 옷들 사이에서 착한 패션은 빛을 발한다. 버려지는 폐기물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함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쓰레기의 변신은 무한하다. 결국 착해서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옷 한 벌로도 착해질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착한 패션이 실현되기도 한다. 제품 판매의 수익금이 제3세계 빈곤국가나 주위의 불우이웃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one for one, 즉 일대일 기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제3세계의 어린아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가 전달되는 시스템부터, 티셔츠 한 장이 아프리카 아이들의 하루 치 식사가 되기까지 수익의 사회적 환원이 착한 패션의 또 다른 길이다.
 

 

 몇 평 남짓한 동아리방에서 착한 패션을 만들어나가는 대학생들이 있다.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의 창업동아리에서 출발한 ‘하티즌’이 바로 그들이다. 열 명 안팎의 대학생들이 동아리방에 모여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일이 예상치 못하게 커져버렸다.
 

 

 “물량이 하루 만에 싹 다 빠져요. 주문이 150개가 넘을 때는 동아리방에 네 다섯 명이 모여도 정신없이 바쁘죠.” 착한 패션은 예쁘지 않다는 말도 옛말이다. 매일 같이 쌓이는 주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최우연 대표의 말이 그 방증일 터. 하티즌은 착한 패션을 표방해 수익금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고 있는 의류업체다. 현재 하티즌은 디자이너 편집샵인 ‘유니크 모먼트’의 위클리베스트 Top30 중 7개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알려져 있고 아이돌그룹의 협찬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지난해까지 하티즌은 유니세프와 협약을 맺어 수익금의 절반을 사랑의 도시락 형태로 기부해왔다. 국내외 아티스트와 대학생 예술가들의 공헌이 한몫했다. 그들의 재능기부로 작품을 제공받아 옷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시각장애인 문화예술기관인 ‘한빛예술단’과 손을 잡았다. 바로 이들이 지원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나오는 작품을 패션에 직접 적용하기로 한 것. 그들의 작품이 찍힌 티셔츠와 에코백을 제작해 판매하고 그로부터 나오는 수익금 모두는 한빛예술단에 돌아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착한 패션이라는 이름 아래 질적인 부분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티스트, 구매자 그리고 한빛예술단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르게 됐다. 그래서 최우연 대표를 비롯한 하티즌의 직원들은 누구보다 바쁘다. “제품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팀원 모두가 관여하고 있어요. 공장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직접 원단을 보고 색감, 질감을 확인하죠. 그 덕분인지 디자인이나 질적인 부분에서 안 좋은 반응은 하나도 없었어요.”
 

 

 소비는 곧 봉사로 이어진다. 단순히 좋은 일을 실천하기 위해 옷을 사진 않는다. 다만 옷에 녹아든 훈훈함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윤리적 패션의 철학에는 바로 그들만의 ‘착한 스토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김영화 기자 kyh@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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