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오솔길, 동작 충효길 1구간


눈과 비가 봄을 못살게 굴더니 어느덧 전세가 기울었는지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벚꽃은 아직이지만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들의 얼굴엔 설렘이 피어있다.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를 떠나 봄의 파릇파릇한 기운에 흠뻑 젖어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몸 속 깊이까지 상쾌해지는 맑은 공기에 쭉쭉 뻗은 나무들이 만들어낸 오솔길을 두루 갖춘 곳이 바로 동작 충효길이다. 서울시가 지정한 ‘봄에 걷기 좋은 길’ 100선 중 하나로 선정됐으니 제일 먼저 봄을 맞는 곳이기도 하다.


동작 충효길은 동작구 주변의 산과 공원을 이어 놓은 길이다. 7개 구간 중 1구간은 노들역에서 근린공원을 지나 중앙대 후문으로 통하고, 동작대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동산보다는 규모가 크고 산보다는 가파르지 않은 데다 나무가 길 주위를 둘러싼 오솔길이라 산책 하기엔 제격이다. 서달산이 뻗어 있는 동작대 전망대로 이르는 길이 경관이 좋다고 하니 동작대 전망대 쪽으로 발걸음을 내딛어 보자.


 
중앙대 후문을 나와 5511 정류장 방향으로 선 ‘고구동산길’이라고 씌어진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좁은 흙길로 들어서게 된다. 구불구불한 흙길은 늘 직선으로만 나 있는 아스팔트길을 걷던 이들에게 “꼭 일직선으로 안 가도 돼”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곧이어 ‘잣나무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이면 주변은 어느새 녹색으로 덮여 있을 것이다. 어디서나 흔히 보던 잣나무이지만 그것들이 큰 키로 모여 길을 내주고 있을 때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중국 무술 영화에서 고수들이 대련하며 공중을 날아다니는 숲이 연상되는 곳이다.
 

잣나무길을 지나다 보면 통나무로 지어진 도서관이 쏟아지는 햇빛을 따사로이 받고 있다. 산책로에서 몸을 풀었다면 이번엔 마음을 채워줄 차례다. 길가에 서있는 빨간 공중전화 박스 모양의 미니 도서관 안에 꽂힌 몇 십권의 책들은 혼자 온 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좋은 공기를 마시며 책과 함께 하면 정신도 맑아질 것만 같다.


동물들의 발자국이 찍혀 있는 ‘자연 학습장’에선 그 곳을 지나가는 다람쥐나 오소리의 발자취를 짐작해 보는 재미도 숨어 있다. 행인의 시선을 이끄는 야생화길엔 화원 같은 잔잔한 분위기가 감돈다. ‘야생화길’의 꽃과 풀들의 은은한 빛깔이 숲의 푸른 빛 사이사이를 채워준다. 충효길이 ‘꽃향기 가득한 역사 문화 숲길’이라는 테마로 꼽힌 데는 꽃길과 도서관이 한 몫 했다.


 
생태다리를 지나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다리가 묵직해지고 숨이 가빠진다. 그 때 쯤 서달산의 꼭대기에 정자가 보인다. 정자에서는 멀리 빌딩들과 그 뒤로 펼쳐지는 한강이 한 눈에 담긴다. 여기까지가 한 시간, 돌아가는 길이 멀게 느껴진다면 지나왔던 생태다리의 경사길을 따라 내려가 동작 01번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동작구를 둘러싸고 있는 도심의 녹지에서는 갑갑했던 마음도 여유로 탈바꿈할 것이다. 숨쉴 때마다 느껴지는 봄기운은 덤이다.
김경림 기자 kl0_0a@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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