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히스토리』
데이비드 크리스천, 밥 베인 공저 / 해나무 / 432쪽

‘빅 히스토리(BIG HISTORY)’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보통 생소함을 먼저 느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맛깔나는 단어가 아니기에 촌스러운 학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빅 히스토리는 고루한 학문도, 생소하기만 한 개념도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빅 히스토리를 ‘삶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학문 분야’라고 칭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제목이 ‘지루한 교과서 같다’며 던져버리기엔 『빅 히스토리』(해나무 펴냄)는 너무도 매력적인 책이다.


그래서 빅 히스토리가 무엇이란 말인가? 빅 히스토리란 말 그대로 거대한 역사의 이야기다.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에서 미래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이 흘러가는 이야기며 ‘역사’에만 한정지어지지 않은 새로운 접근이다. 이전의 학문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했다면 통섭이 중요시되는 현대는 학문들이 서로 관여하며 하나로 묶이는 시대다. 빅 히스토리도 이러한 시대적 맥락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천문학, 화학, 생물학, 고고학 그리고 인류학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저자인 세계적 석학 데이비드 크리스천과 밥 베인은 빅 히스토리에 대한 강의를 하나로 묶어냈다. 신학문이라고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을 만큼 책은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시간순으로 모든 것의 역사가 일관성 있게 서술되었기 때문이다. 중구난방식으로 여러 학문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역사’라는 큰 맥락을 두고 각 학문의 필요한 부분만을 활용했다. 빅뱅이 일어나 별들이 탄생하고 지구와 같은 행성이 나타나기까지를 천문학뿐 아니라 물질들의 결합이라는 화학적 지식을 이용한 것이 그 예다. 또한 책의 진행은 역사의 큰 전환점인 8개의 임계국면을 따라가며 변화가 ‘왜’ 일어나게 됐는지를 조명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하나의 임계국면을 접하고 곧바로 그 원인을 읽게 되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챕터 뒤에 정리된 몇 가지 질문들을 통해서는 한 번 더 내용을 곱씹게 되고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아직도 빅 히스토리가 두렵고 꺼려진다면 서점에서 한 번이라도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딱딱할 것 같다는 편견은 곧바로 깨질 것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시각적 이미지의 활용은 마치 강의를 눈앞에서 생생히 듣는 듯하다. 그러나 쉽다고 해서 빅 히스토리가 가볍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자들은 책 속에서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역사의 ‘근거’에 대해 더 알아보기를 요구한다.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지만 이해에 깊이를 더하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어쩌면 빅 히스토리는 단지 생명체의 오랜 역사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문의 역사적 이해가 필요함을 아우르는 더 거대한 개념일지도 모른다. 빅 히스토리는 살아있다. 내 존재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히스토리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살아 숨 쉬는 하나의 역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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