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공학계열의 한 연구실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 김민선 기자

 

공간·조교 지원 중단돼 연구소 운영에 난항 겪어
등재지 보유한 연구소에도 지원 미흡해

일본연구소의 현재 상황은= 서라벌홀 9층에 위치했던 일본연구소의 연구실은 현재 회수된 상태다. 일본연구소의 연구실 안에 있던 기자재들은 모두 버려졌고 중요한 책들은 아시아문화학부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연구소는 1979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일본의 어문학을 비롯한 문화, 역사, 사회 등 일본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소다. 일본연구소가 1980년부터 펴낸 『일본연구』라는 학술지는 2011년부터 한국연구재단의 등재지로 채택돼 1년에 2번 발행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일본연구소에 대한 대학본부의 지원은 연간 연구소 운영지원비 400만 원이 전부였다. 연구소 공간은 몰수됐고 조교 지원도 없다. 일본연구소의 연구 환경이 열악해진 것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연구소 평가에서 ‘보통’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연구소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교무처는 3년 동안 1회 이상 최우수나 우수 연구소로 선정되지 않은 연구소에 대해 공간 회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교무처는 2년 연속 비활성 연구소로 평가된 연구소에 대해 연구소 폐쇄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상준 교무처장(물리학과 교수)은 “부족한 재원에서 비활성화 상태인 연구소까지 지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3년 2월에 나온 ‘2012년 연구소 평가 결과’에서 일본연구소는 인문사회계열의 23개 연구소 중 5위를 차지했다. 이는 상위 21.7% 수준이다. 최우수 연구소가 계열 내 연구소 중 상위 약 10%, 우수 연구소는 상위 20%까지 선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일본연구소는 간발의 차로 우수 연구소로 선정되지 못한 것이다.


연구소 평가 결과에 따라 연구소 공간과 조교 지원이 끊기면서 일본연구소는 연구소 운영과 연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연구소 오현진 상임연구원은 “연구소 공간이 없기 때문에 일본을 비롯한 다른 연구소와 교류하거나 각종 행사와 관련된 업무를 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연구소의 조교역할을 하고 있는 박옥경 학생(교육대학원 석사 2차)은 일반대학원 일어일문학과 조교와 교육대학원 일어교육전공 조교까지 겸임하고 있다. 일본연구소에 대한 대학본부의 조교지원이 중단된 이후로 일반대학원 일어일문학과 조교가 일본연구소 업무까지 수행하게 된 것이다. 박옥경 씨는 “각각의 조교 업무가 힘든 건 아니지만 일의 성격이 다르다 보니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일본연구소 이재성 소장(아시아문화학부 교수)은 “소규모 연구소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긴 호흡의 질 좋은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다”며 연구소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자연공학계열 연구소 운영 어떤가= 자연공학계열 A 연구소는 3년 연속 우수 이상의 평가를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연구소 명의의 과제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 2007년 A 연구소 설립 당시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이 모여 융·복합 연구를 진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형 사업 수주에 실패했고 연구소는 유명무실한 상태로 남게 됐다. A 연구소가 우수 이상의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연구소의 순수 실적이 아닌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의 개인 연구 실적을 단순 합산했기 때문이었다.


A 연구소는 2012년 대학부설 연구소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아 대학본부로부터 600만 원의 연구 지원비와 연구 조교 1명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없기 때문에 연구 공간을 배정받지 못했고 연구 지원비를 연구에 쓸 수도 없다. 연구 명목으로 받은 연구 지원비는 1회 25만 원 수준의 연사 초청 비용으로 쓰이거나 총회 개최에 쓰인다.


대학본부로부터 배정받은 연구 조교는 A 연구소 참여 교수의 석사 연구원으로서 대학원 등록금을 지원받지만 A 연구소 업무를 보진 않는다. 연구 조교가 연구소 업무가 아닌 개인적으로 교수의 연구를 돕는다 해도 연구소 평가에 교수의 연구 성과가 반영되므로 연구소엔 손해될 것이 없다. 연구 조교가 연구소 업무를 봐야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A 연구소에서 주도하는 연구 과제가 없기 때문에 소속 교수들은 개인적으로 연구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A 연구소 소장은 “본부는 그저 교수들에게 논문을 쓰라고 요구한다”며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는 연구소를 장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약학계열 연구소도 다르지 않아= 의약학계열 B 연구소는 2012년 대학부설 연구소 평가에서 보통 등급을 받았다. A 연구소와 마찬가지로 B 연구소도 국책 과제나 기업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했다. 따라서 연구 공간은 없어진지 오래고 현재는 한 교수의 연구실에 칸막이를 쳐놓고 회의공간과 연구실로 분리해 쓰는 실정이다. B 연구소에 대한 본부의 지원은 연간 연구소 운영 지원금 400만 원이 전부다.


B 연구소는 세미나와 콜로키엄을 한 학기에 두세 번 개최하고, 국·내외 학술대회도 연다. 1년에 1번 학술지를 발간하는 데 100만 원 정도 드는 것을 감안하면 운영 지원금 400만 원으로 연구소를 운영하기 어렵다.


B 연구소는 2010년도에 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지만 바로 다음해 비활성 등급을 받아 연구 조교 지원마저 끊겼다. 행정 업무는 물론이고 연구소 운영을 위한 사소한 업무도 소장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구소는 과제 수행을 위한 공동체면서 학제적 교류의 장이다. 성균관대와 서강대, 건국대는 각각의 연구소를 묶어 연구원으로 확장시키는 등 집단 연구를 장려하고 있다. 대학본부도 2018년까지 세계적인 연구센터 3개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로 집단 연구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소에 대한 현재의 지원 정책으론 연구소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B 연구소 소장은 “당장 연구 실적이 부진하다고 연구 공간을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연구 성과가 적은 연구소도 교류를 위한 기반은 마련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