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벽증 타입
파리도 미끄러질 만큼 먼지 한 톨 없는 책상 위, 쓰고 난 물건은 바로 가지런히 정리해둔다. 화장실 바닥은 물기가 없어야 하며 이불은 가장자리가 꼭 맞도록 깔끔히 개야 하는 사람, 분명히 있다.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하지만 룸메로서는 부적격자에 가깝다. 남이 어지르는 걸 못 보는 강박관념이 있다면 똑같은 결벽증 타입을 만나지 않는 이상 단체생활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 ‘청소 안 해’ 타입과는 상성이 최악이다.
 
 
철컹철컹 타입
어느 날부터인가 샴푸가 빨리 없어지고 두루마리 휴지는 금방 심이 보인다. 범인은 이 안에 있어! 룸메가 말도 없이 찔끔찔끔 내 물건을 쓰고 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더니 갈수록 뻔뻔해짐은 물론이요, 샴푸에 린스까지 마치 제 것 쓰는 양 마구 쓴다. 약이 올라 휴지를 안 사고 버텨봤으나 결국 지쳐서 먼저 항복을 선언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 다짜고짜 화낼 수도 없고 속만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자기 물건은 자기가 사서 씁시다!
 
 
청소 안 해 타입
바닥에 푹신푹신할 것만 같은 머리카락 융단이 깔렸다. 휴지통은 이미 미어터져 휴지조각을 뱉어내고 있고 침대 근처엔 허물처럼 벗어놓은 옷가지들이 쌓여있다. 이들은 곰팡이, 퀴퀴한 냄새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생활할 수 있는 면역력을 지녔다. 특히 최악인 건 물때가 까맣게 낄 때까지 방치해 둔 화장실과 음식이 굳어 떨어지지 않는 설거지 거리들. 같이 사는 사람이 화병 날 확률은 99%. 외출할 때는 깔끔하게 단장하는 경우가 많아 얄미운 타입.
 
 
원시인 타입
태초의 모습으로 생활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에게 옷이란 바깥 생활을 위한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내 영역인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걸치고 있는 것은 모두 방해물일 뿐. 원시인 타입과 산다면 오갈 데 모르고 방황하는 시선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원시인들이 서로의 몸을 보고 부끄러워하지 않았듯 신체는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는 끊임없는 세뇌만이 멘탈 붕괴를 막을 수 있다. 참고로 이 타입은 당신의 생각보다 점유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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