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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 저소득층 진료와 정책병원 역할 동시에 해야② 한국 공공의료의 현주소…대안은 무엇인가
구슬 기자  |  guseul@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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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12  18: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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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업 여부를 두고 경상남도와 보건의료노조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진주의료원의 전경. 진주의료원과 비슷한 규모의 공공중소병원들은 대부분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사진제공 한겨레 21

지난 10일 진주의료원 측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10일부터 16일까지 명예·조기퇴직 신청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폐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사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퇴직공고를 낸 경상남도와 진주의료원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립각이 좀처럼 굽혀지지 않는 가운데 중대신문은 한국공공의료의 현실을 짚어보고 지방의료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원영 교수(의학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소공공병원 역할 애매해
저소득층 진료뿐 아니라
의료데이터 제공하는 기능해야

공공병원 소유권·원장 선임권
중앙 정부가 가져가야 해


이원영 교수
의학부


Q. 지난주(중대신문 1792호)에 진주의료원 사태의 전말을 다뤘다. 일각에서는 진주의료원 사태가 한국 공공의료의 고질적인 문제와 관련 있다고 주장한다.
A. 전혀 연관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기관의 소유주체 비율을 따졌을 때 민간부문이 약 90%에 이르는 반면 공공부문은 약 10%에 불과하다. 물론 사회보험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간부문도 상당히 공공의료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긴 하다. 논란이 되는 것은 이 10%의 공공의료기관이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다. 특히 진주의료원 같은 공공중소병원의 경우 의료 분야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명확하지 않아 존폐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Q. 공공중소병원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A. 지역 보건소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의료시설이 낙후됐던 시절엔 공공중소병원과 보건소 모두 진료 위주로 운영됐다. 문제는 민간의료부문이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공공의료부문과 역할 및 기능이 중복되기 시작한 거다. 그런데 보건소는 진료비가 무척 싼 데다 진료기능 이외에도 행정기능이라든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보건교육을 하는 기능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진료기능이 주된 업무인 공공중소병원이다. 민간의료부문이 하지 못하는 기능을 공공중소병원이 담당해야 하지만 현실에선 역할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Q. 공공중소병원의 경우 저소득층이나 보호자가 없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나.
A. 물론 공공적 기능을 갖고 있다. 공공중소병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은 알콜중독자, 노숙자를 포함해 저소득층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의료급여환자인 경우에도 큰 병원에 가게 되면 모든 부분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병원을 이용한다. 논란이 되는 것은 이러한 공공적 기능만을 가지고 몇 억씩 적자를 봐야 하는가이다. 단순히 저소득층을 진료하기 위해서 적자를 내는 것이라면 이러한 공공적 기능을 민간병원에 맡기고 정부가 지원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주의료원 사태도 이런 의견 대립 속에서 발생한 것 아니겠나.


Q. 공공병원을 없앤다면 민간병원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보나.
A. 물론 정말로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돌봐주고 치료하는 공공병원이 3억에서 5억씩 적자를 보는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노숙자 같은 사람들은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다른 환자들이 꺼리기 때문에 민간병원에선 잘 받아주지 않는다. 또한 전염병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민간병원은 주저한다. 지진이라든지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도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해줄 병원이 필요한데, 공공병원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의료기관 중 10% 정도를 차지하는 공공병원은 유지돼야 한다.


Q. 그렇지만 여전히 공공적 진료기능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며 자립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있다.
A. 자립하라는 것은 민간병원과 경쟁해서 이기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건 아무 의미가 없다. 혹자는 경쟁이 심해질수록 가격이 싸지고 질이 좋아질 거라 주장하며 병원 간 경쟁을 부추긴다. 그렇지만 의료 분야는 결코 그렇지 않다. 가격이 싸지는 게 아니라 계속 고가장비만 들여오고, 불필요한 검사를 하거나 좀 더 유명한 의료진을 데려오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사회적 거품이 점점 커지는 거다. 사실 환자들은 어느 병원이 더 좋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좋은 병원이라고 하면 비싼 기계와 유명한 의사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Q. 그렇다면 진주의료원 같은 공공병원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A. 우선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를 짚어야 공공병원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민간병원은 항상 적자라고 이야기하지만 의료데이터를 임의적으로 제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민간병원의 의료데이터를 신뢰하지 못한다. 그래서 매번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정하는 수가협상에서 정부와 민간병원의 대립이 팽팽하다. 서로 다른 의료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이야기하니까 의견차이가 너무 심하다. 그래서 나는 공공병원이 정책병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병원의 의료데이터를 가지고 서로 의견을 조율해 의료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Q. 구체적으로 정책병원이 된다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 건가.
A. 일산에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설병원(공단병원)이 좋은 예다. 공단병원은 의료 서비스의 비용이라든지, 병원 운영의 모델이라든지 현실적인 의료데이터를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병원 하나로는 절대적으로 정확한 의료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 전국 의료기관의 10%인 공공병원들이 공단병원처럼 정책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 정부와 민간병원 간의 갈등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저소득층을 치료하는 공공적 기능도 유지하면서 말이다.


Q. 정책병원이 되기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 보나.
A.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가지고 있는 지방의료원의 소유권과 원장선임권을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으로 이전해야 한다. 사실 지방의료원이 제 역할을 잘했을 때 광역지방자치단체는 별다른 이익을 얻기가 어렵다. 진주의료원의 경우에도 왜 진주시에만 의료원이 있어야 하냐는 의문을 다른 지자체에서 제기할 수 있다. 거기에 의료원이 적자가 나면 경상남도의 예산이 투여돼야 하지 않나. 왜 진주시에만 지원을 해주냐는 원성을 들을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소유권을 중앙으로 집중하면 공공병원이 정책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본다.


Q. 외국의 사례는 어떤가.
A.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이 각각 50% 정도의 비중이고, 북유럽이나 영국과 같은 나라는 100%가 공공부문이다. 프랑스나 독일은 정부가 병상을 규제하고 있어서 의료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또한 프랑스와 독일은 상대적으로 공공병원들의 규모가 크다. 민간부문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거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장 매커니즘의 성격이 강해서 병원을 설립하기는 쉽지만 팔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병상의 수가 수요에 비해 과잉돼 있는 측면이 있다. 거기다 규모가 큰 병원들은 다 수도권 소재의 민간병원이다 보니 유럽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Q. 100% 공공병원으로 운영되는 영국은 어떤가.
A. 우리나라는 환자들이 규모가 큰 병원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영국의 경우엔 주치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우선 1차적으로는 지역에 있는 의원을 가야하고, 의원들이 특별한 검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에만 규모가 큰 병원으로 갈 수 있다. 큰 병원을 1차적으로 바로 가지 못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영국에서는 수요가 조정이 된다. 사실 영국이나 유럽에서는 명의(名義)라는 개념이 없다. 서양에서는 의학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보기 때문에 환자를 많이 치료한 의사보다는 연구를 많이 하는 의사가 더 유명하다. 명의라고 해서 특별한 비법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수요가 몰리거나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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