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반의했다. ‘정말 가능할까?’라는 고민은 친구와의 내기로 이어졌다. 고백컨대 기자는 가능하지 않다는 쪽에 커피 한 잔을 걸었다. 결국 커피 한 잔을 사줘야 하는 꼴이 됐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7년 만에 처음 성사된 ‘학생총회’였으니까. 학생총회 성사는 정말 가능한 일이었다.
 
  학생총회가 열리기 전, SNS에는 학생총회를 홍보하는 각종 글이 넘쳐났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경쟁을 독촉 당하는(?) 사회에서 교육여건 개선, 학문단위 구조조정과 관련된 안건들을 의결하는 자리에 2천여 명의 학우들이 모일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 우려들을 보란 듯이 불식시키려는 것 마냥 건물 곳곳에 붙어있는 대자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학생총회가 열린다는 내용의 쪽지가 붙어있는 커피가 도서관은 물론 거리에서도 학생들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좋아요’ 총학생회의 적극적인 홍보가 톡톡한 공을 세웠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16시 30분. 학생들의 발걸음이 대운동장으로 향했다. 손에 손잡고, 집에 가는 친구들을 붙잡고, 수업이 있는 친구들도 수업을 빠져가며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우리들의 깃발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거세게 휘날리는 자태는 조금 더 과장해 표현하자면 ‘가슴 벅찰 만큼’ 멋졌다. 입학 후 처음으로 보는 뜨거운 장면에 입이 떡 벌어졌다. 2천여 명의 학우들이 정말로 모인 것이다. 정말로. 
 
  아쉽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그 이상의 뜨거움도, 더 이상의 집요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총학생회의 진행 미숙 때문인지, 무대에 주목할 수 없었던 산만한 분위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학생총회의 진행 과정이었다. 매서운 날씨 속 총학생회장이 발언을 시작하길 1시간이나 기다렸건만 기다린 시간이 무색할 만큼 학생총회는 단박에 끝나버렸다.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마이크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안건들을 의결시키기 위한 투표가 진행된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2천여 명의 학생들은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기 위해 1시간 30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린 꼴이 됐다. 학생들에겐 의견을 묻지도 않았고 자유발언을 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날이 너무 추웠다고,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진행을 빠르게 해야 했다고 항변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학생총회가 열리기 며칠 전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마저도 중간에 파행됐으니 ‘학생총회 중간 파행’이 걱정됐을 법도 하다. 그저 아쉽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이리도 허망할 줄 몰랐다. 기대가 커서 실망도 컸던 모양이다.
 
  정말 걱정이 되는 것은 ‘앞으로 열리게 될’ 학생총회다. 혹여나 금번 학생총회에 참석했던 학생들이 진행 과정에 실망 했다면, 그래서 용기 내 발걸음을 옮겼던 것을 후회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열리게 될 학생총회에 그 누가 오겠는가. 학생총회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장(場)이라 배웠다. 우리의 일을 다 함께 논의하기에 학생총회를 ‘학생자치의 꽃’이라 부르는 것일 테다. 학생총회가 성사됐다고 만족하지 말자. 학생총회가 열린 것이 학생자치의 전부는 아니라 믿는다.
 
 
구슬 시사학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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