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기호씨가 타자와 단절된 상태에서는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회학과·중앙사회학 연구소 공동주최 ‘중앙사회학 특강’ 첫 강연
지난 2일 ‘오늘의 교육’ 엄기호 편집위원 중앙대 방문


지난 2일 대학원 5층 대회의실에서 ‘자기단절의 시대 교육의 불가능성’을 주제로 엄기호씨의 특강이 열렸다. 엄기호씨는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2010)』 등의 저서로 유명하며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특강은 사회학과와 중앙사회학 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중앙 사회학 특강’의 첫 강연이었다.


우리는 수학을 배울 때 자연수를 가장 먼저 익히고 0, 정수 등의 순서로 배운다. 그리고 0의 개념을 배울 때는 왜 그런지의 설명 없이 ‘자연수 1이 없는 것이 0’이라고 배운다. 0을 자연수의 연장으로 취급해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0은 이질적이고 기존 질서에 속하지 않는 ‘타자’라고 할 수 있으며 자연수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기존 질서인 ‘동일자’를 뜻한다. 0을 0 자체로 보지 않고 자연수의 연장선에서 배우는 것은 타자를 인정하지 않고 ‘단절’해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엄기호씨는 타자를 타자 자체로 보지 않는 현상을 설명하며 “우리는 지금 타자를 보면 두려워하고 회피한다”고 지적했다.


배움은 타자와의 부딪침 속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타자와 단절한다는 것은 배움과 단절한다는 것이다. 타자와의 차이를 인식하고 근거 있는 비판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아예 타자를 무시해버리고 조롱과 냉소만으로 대꾸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절대로 ‘배움’이 일어날 수 없다.


타자성과의 단절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바로 ‘내 밖에 있는 타자와의 단절’과 ‘나를 타자로 드러내는 것에 관한 두려움’이다. 우선 전자의 예로는 사회에서 배척받는 동성애를 들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타자는 제거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동성애를 배척한다. 자신과 다른 타자를 단절하는 이 개념이 바로 내 밖에 있는 타자와의 단절이다. 후자는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질문하고 의견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쉽게 발견된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의견은 필연적으로 이견(異見)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자신을 스스로 동일자들과 다른, 타자로 드러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전한 동일자의 세계에 안주하기 위해서 스스로 끊임없이 검열한다. 이런 사회에서 교육이 잘 이뤄질 수 없음은 당연하다.


엄기호씨는 “아무도 타자와의 부딪힘을 통한 더 아름다운 질서를 꿈꾸지 않고 지금 현 질서를 수호하고 지키는 것에만 급급하다”며 “이런 배움에 대한 동력이 없는 사회는 활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배움과 공부가 필요한가에 관해서 앞서 이야기한 것들을 뒤집어 타자와 함께하는 것이 답을 줄 것이라는 말로 특강을 마쳤다.


강의를 들은 이화경씨(사회학과 1)는 “평소에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을 이론적으로 정리해주신 느낌이라서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사회학과 학생은 “사회가 타자를 분리하는 것에 관해 올바르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사회를 좀 더 다각도의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 준 강의였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사회학특강은 오는 5월 27일 오후 6시 서라벌홀 814호에서 전진한씨(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가 ‘시민의 파워 : 정보공개운동’을 주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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