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 분야인 고분자에 대해 설명 중인 김주헌 교수. 김성호 기자

 

훌륭한 요리사도 맛없는 김치로 맛있는 김치찌개를 만들긴 어렵다. 최고의 바리스타라도 질이 좋지 않은 원두로 맛 좋은 커피를 내릴 순 없다. 재료가 중요한 것은 비단 요리 뿐만이 아니다. 제조기술이 아무리 훌륭해도 좋은 원료가 없다면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없다. 공대 6층 한 켠에 자리 잡은 조용한 연구실을 들여다보자. 이곳에 원천재료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 김주헌 교수(화학신소재공학부)가 있다.


김주헌 교수는 중앙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해 학사·석사·박사를 마친 동문이다. 박사과정을 마친 후에는 미국에서 2년간의 유학시절을 보냈으며 이후엔 연구원 생활도 했다. 그는 현재 플라스틱, 과자봉지, 옷 등 분자량이 커 ‘고분자’라고 불리는 화합물의 성능향상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부품들의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나타나는 발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열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속을 방열소재로 사용해 다소 무겁고 두꺼웠던 전자부품 대신 필름을 사용해 제품의 무게도 줄이고 두께도 얇은 부품을 만드는 기술이다.


김주헌 교수는 대학에 오기 전 LG 소재부품 연구소의 팀장을 맡아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는 “연구원은 이윤창출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지만 학교에서는 과학적인 흥미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있다”며 대학으로 돌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후학양성에서 느끼는 기쁨도 그가 연봉의 반 이상을 깎아가면서까지 교수의 길을 택한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지난 2010년 지도학생, 기계공학부 학생 및 학과교수들과 함께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친환경에너지경진대회에서 한국기계연구원장상을 받은 것은 그에게 소중한 추억이다.


물론 연구를 하면서 늘 행복하고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연구를 하면서 제일 힘든 순간으로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는 게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를 꼽았다. 또한 제자이면서 동료인 학생들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까운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연구 환경에 대해 묻자 그는 중앙대 기초과학연구소의 장비 부족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흔히 분석센터라 불리고 있지만 기본 인프라인 분석 장비가 부족해 외부로 나가 분석을 진행하는데 연구비의 상당액을 쓰고 있다. 김주헌 교수는 분석에 대한 지원이 교육적 차원에서도, 연구적 차원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주헌 교수는 자신의 대학시절을 “경쟁이 우선시되던 시절”이라고 회고했다. 대학생 시절에는 경쟁대학의 학생들을 앞서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적자생존을 삶의 원리로 생각했다. 연구소에 들어가서야 적자생존이라는 것이 남을 죽일 뿐 아니라 나까지 죽인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후에는 학생들에게 “너와 내가 같이 하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교수로 다시 시작한 제 2의 인생. 현재 김주헌 교수의 목표는 사이언스나 네이처급에 준하는 권위 있는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가치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같이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며 “제자이자 후배인 화학신소재공학부 학생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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