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트는 영화의 명함이다. 영화의 제목과 연출자, 씬넘버와 촬영일 등이 슬레이트에 적혀있다. 영화는 한 번의 호흡으로 가지 않는다. 영화 한편을 찍을 때 테이프를 여러 번 교체하기 때문에 씬 연결이 헷갈릴 수도 있다. 이때 영상에 담긴 슬레이트 씬넘버를 보면 수월하게 편집이 가능하다. 장면과 장면 사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도 슬레이트가 필요하다.
 

  박자를 맞출 때 손바닥을 치며 리듬을 잡는 것처럼 영화의 박자도 슬레이트에서 시작된다. 슬레이트 치는 소리는 모든 장비를 향한 큐사인과 같다. 오디오, 영상 등 여러 요소의 박자를 맞춰야 스크린 속에 완전한 형태로 담을 수 있다. 영화를 찍을 때 쓰는 카메라는 다양한 화면을 잡아내지만 오디오 녹음 기능은 떨어진다. 때문에 별도의 오디오가 필요하다. 수작업으로 오디오와 영상의 합일점을 맞추는데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이 슬레이트 치는 소리다. 카메라와 오디오의 사운드 그래프가 일정하다가 그래프가 튀는 부분이 생긴다. 이를 소리가 튄다고 말한다. 슬레이트 소리에 반응했다는 증거다. 그 지점을 맞추면 영상과 음향의 시작점이 맞아떨어진다.
 

  영화 촬영은 슬레이트 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어 슬레이트 치는 소리로 끝난다. 시작과 끝을 함께 하기 때문에 영화촬영장의 분위기를 장악한다. 때문에 슬레이트 담당은 연출부 막내가 도맡아 한다. 처음 현장에 투입된 스텝에게 슬레이트를 배우라고 말하는 것은, 영화의 시작과 끝을 배우라는 말로도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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