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가지는 학생들에게
명함 나눠주며 “연락해라”
 
최근 몇 년간 인문사회계열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학부제 시행과 사범대 구조조정. 그리고 정년보장제 개편안에 이르기까지 인문사회계열 구성원들은 본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쉽사리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 2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인문사회계열 신광영 부총장은 휴전을 위해 소통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 부총장으로 선임된 것이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사실 나도 의외다(웃음). 그간 학교에 봉사를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중대신문갪BS 주간교수로도 일했고 학생지원처장직도 맡았었다. 사실 별로 보직을 좋아하진 않는다. 하고 싶은 연구도 많고 현재 진행중인 연구도 많아서 보직을 맡는게 조금 꺼려졌다.”
 
- 그간 인문사회계열과 본부는 많은 갈등을 빚어왔다. 부총장으로 선임된 것이 본부와 인문사회계열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많다.
“나에게 거는 기대가 그렇게 큰진 잘 모르겠다(웃음). 그동안 대학 내의 의사결정은 본부가 안을 내고 구성원들이 따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구성원들이 불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론 본부와 구성원들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학교의 발전이 구성원 개개인의 발전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다만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어느 한쪽이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사실 부총장이라고 하면 대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오히려 내가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심리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얼마 전 안성캠 학생대표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명함을 나눠주며 직접 연락하라고 했다. 격의없이 구성원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취임 이후 인문사회계열 구성원들에게 어떤 요구를 들었는지 궁금하다.
“학생들에겐 학과단위의 문제부터 학부제, 수강신청 과정에서의 어려움, 강의시수감축, 공간문제 등 다양한 요구를 들어왔다. 쾌적하고 편한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바람과 그렇지 못한 현실 사이의 긴장이 많은 것 같다.
교수들은 주로 연구 여건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한다. 학술적인 토론이 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학문적 기여가 가능한데, 지금까지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본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 학부제가 시행된지 1년이 지났다. 전공별 인원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어학계열의 경우 사실 학부제를 진행하기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여러 학문분야를 접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는게 학부제의 취지인데, 어학계열의 속성상 별로 실효성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을 무시한 채 다시 학과제로 돌아가는 것도 문제가 많다.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할 문제인 것 같다.”
 
- 소수 전공의 수업권은 보장되는 것인가.
“당초 약속한 수업권 보장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대학은 21세기 한국사회를 짊어질 미래의 기둥들을 교육시키는 곳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다. 어떠한 경우든 수업권은 보장될 것이다.”
 
- 정년보장제개편안 중 동료평가제(Peer review)에 대한 교수들의 우려가 많다.
“사실 동료평가제 자체가 불필요하다거나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교수는 없다. 그것보단 ‘동료평가제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교수들과 본부의 신뢰관계가 많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고 본부의 정책이 교수들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 것도 많았다. 부총장으로써 교수와 본부간의 불신을 덜어내고 다른 한편으론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힘쓰겠다.”
 
- 몇 년째 강의공간 및 연구공간에 대한 요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사실 공간문제는 계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계열 차원에서 건물을 지을 수 있는것도 아니고. 계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 공간을 재배치하는 일이다. 현재 공간확보를 위해 계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하고 있다.”
 
- 새로 건물이 지어지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나.
“계획상으론 100주년인 2018년 이전에 서라벌홀의 재건축이 이뤄지는 것으로 되어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진 않았다. 앞으로 본부에 시설 투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구할 생각이다.”
 
-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인가.
“임기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진 인문사회계열의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야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인문사회계열이 직면한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중이다. 늦어도 4월 쯤엔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 것이다.”

- 작년 인문사회계열에서 준비했던 대학기반강의가 무산됐다.
“아쉬운 부분이다. 당초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기반강의인 ‘사회과학의이해’와 ‘인문학탐구’를 준비했었다. 계열을 대표할 수 있는 강의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급하게 준비하다보니 무산되고 말았다. 현재 세부적인 커리큘럼 설정과 강의를 맡은 교수님들 간의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다음 학기 강의시간표에선 볼 수 있을 것이다.”
 
- 그 외에 준비중인 강좌나 프로그램은 없나.
“다산인문학포럼이라는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인문사회과학분야의 저명한 학자들과 학생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4년 동안 학교를 다니며 많은 인문사회적 소양을 쌓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현재는 기획단계이고 빠르면 4월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 임기동안 이루고 싶은 성과가 있나.
“단기적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연구성과를 높이거나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것이 건물을 짓는 것처럼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하진 않는다. 내실을 다지고, 단단한 내실을 바탕으로 계열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내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친 신광영 부총장은 쉴 틈도 없이 사회대 학생대표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학생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앞서 말한 ‘격의 없는 만남’이 빈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에게 거는 구성원들의 기대가 헛것이 되진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광영 부총장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와 미네소타대학교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위스콘신대학교매디슨교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1989년에서 1998년까지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1998년 3월 중앙대학교 사회학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중대신문 주간교수, 학생지원처장을 역임했으며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국가청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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