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소리가 잘 안 들리네”, “문 닫을 때 두 걸음 정도 느리게 가주세요” 이런 사소한 행동조차 허투루 넘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유난히 길었던 여름, 남들보다 조금 더 뜨겁게 보낸 이들이 있다. 중앙대 연극학과의 여름은 ‘가을’ 공연에 철저히 맞춰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연쇄적인 시스템 아래서 체계적인 오디션 일정과 준비를 통해 모든 공연이 탄생했다. 그 중에서도 여름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더욱 더 반짝이는 가을 연작시리즈의 연습 현장을 다녀왔다. 

  연극학과의 계절 연작 창작 워크샵은 대학로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열린다. 관객 중에는 연극학과를 지망하는 지망생들부터 우연히 들른 일반 관객들까지 다양하다. 첫 단추를 꿴 ‘임차인’의 경우 30석인 자리가 모자라 공간을 최대한 넓혀 52석까지 늘렸지만 그 또한 만석이 됐다. 총 기획을 맡은 장현호(미공영대 연극영화과 1)씨는 “창작 워크샵은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만드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실질적인 연기공부, 현장에서의 실무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연극이기에 극장에서 열리는 다른 대학로 공연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가을공연은 모두 세 공연으로 이뤄졌다. 각기 다른 사건의 4막 구성으로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한 ‘임차인’은 지난 8월 19일에 첫 공연을 마쳤다. 지난 달 27일부터 29일까지는 사르트르의 ‘Huis Clos'를 창의적으로 해석한 ‘출구 없는 방’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마지막으로 오는 2일부터 4일까지는 ‘보석과 여인’이 공연될 예정이다.

  보석의 여인은 극작가 이강백의 판타지적인 희곡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강백은 비사실주의적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봤고 그 결과 현실과 이상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보석과 여인’은 그의 초기 작품으로 특유의 우화적 틀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평생을 보석 세공술을 연마한 대가로 어느덧 늙어버린 ‘그이’. 그 때 나타난 낯선이는 보석과 젊음을 건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결국 젊음과 사랑을 택한 ‘그이’는 목숨을 걸고 그녀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다듬는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던가. 한 순간의 선택은 때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계절 연작 시리즈 연극으로서 구성된 ‘보석과 여인’은 희곡 작품의 주제를 학생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로 전달한다. 그리고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관객들은 어느새 새로운 놀이판을 형성해간다. 지도교수인 김관(미공영대 연극영화과)교수는 “극작가가 애초에 객석과 무대가 분리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한 데 섞여있는 열린 공간을 추구했다”며 “이번 가을 공연이 배우와 관객이 함께 상상력을 더해서 만들어 지는 놀이로서 이뤄지도록 지도했다”고 전했다.

  또한 연출을 맡은 윤종현(미공영대 연극영화과 2)씨는 “보석과 여인은 ‘그이’와 ‘그녀’의 동화같은 사랑이야기”라며 “관객들이 그들의 세계속에서 함께 호흡하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정현씨는 둘이 함께 기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을 추천하면서 “‘그이’가 처음으로 아름다운 세상과 마주하는 장면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학과의 이번 공연은 동승동에 위치한 중앙대 공연예술원에서 열리며 공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02-765-0717)로 문의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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