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의 밤, 332.9km의 거리, 48번의 밥, 3번의 고개. 중앙대학교 제 2회 국토대장정단이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10까지 전라북도 익산에서 부산 송도에 이르는 긴 여정을 마쳤다. 이번 대장정은 6.25전쟁 중 익산과 부산에 설립됐던 중앙대 전시대학의 교육 정신을 기념하고자 기획되었다. 남자 70명, 여자 28명으로 구성된 국토 대장정팀은 무더운 아스팔트를 걷고 또 걸었다. 기자는 마지막 3박 4일간을 동행했다.

  이른 새벽 단원들이 자고 있는 진해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도착하자 그들의 고단함이 함께 전해져왔다. 동이 트자, 단원들은 밥을 배식 받고 준비운동을 간단히 마친 후 짐을 챙겨 떠날 채비를 했다. 그동안 뜨거운 햇살에 그을리고 땀 흘린 흔적이 역력한 단원들. 동행한 의료팀 정헌지씨는 “초기에는 물집이나 관절 부상자들이 많았지만, 학생들의 의지가 강해지는 것만큼 체력도 향상되는 것 같다”며 "몸이 약한 학생이 항생제를 맞으면서까지 참여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햇살이 따가워질수록, 숨이 가빠 올 때면 사기를 불러일으키고자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거나 파도타기를 했다. 선두에서 에스코트 차량을 운전한 김태훈(공대 기계공학부 4)씨는 ”부상으로 차에서 쉬던 대원들이 의료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곧 걸으려 하는걸 보니 대단하다“고 전했다.

    비오듯 땀이 흐르고 따가운 햇살에 괴로울 무렵 시원한 물이 배급됐다. 평상시에는 알 수 없었던 그늘과 물의 소중함이 새삼 뼈저리게 느껴졌다. 극한의 상황에서 짜릿함을 얻는 것일까. 박창선(문과대 심리학과 4)씨는 “행군 중에 물을 먹지 않기로 나만의 룰을 만들었는데 반드시 마지막까지 지킬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오직 정직한 걸음만으로 도시를 넘고 산을 넘었다. 출발 전 소란스러웠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앞선 이의 발자국 소리와 내 숨소리만이 공기를 채웠다.

  저녁 5시가 돼서야 하루 일정을 마감했다. 텐트를 치는 단원들의 손놀림이 놀랍도록 빨랐다. 빨리 준비가 되는 조 순서로 샤워와 식사 순번이 정해지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매번 꼴등을 면치 못한다는 3조 대원들은 “우리 조는 매순간을 모두 즐기려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가졌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이미 그들은 대장정의 멤버로서 단합과 협동이 가장 큰 미덕이란 것을 체화한 듯했다.

  마지막 저녁 식사 후 8시 30분 경 점호시간이 왔다. 점호가 끝날 무렵 스탭이 난데없이 편지를 읽었다. 단원들은 각 조 마다 편지함을 운영해 휴식시간마다 서로에게 편지를 쓰곤 했다. 추억을 깊게 남기고자 하는 우정의 편지부터 용기 있게 애틋한 감정을 표현하는 사랑의 편지까지. 로맨틱한 고백으로 모두의 부러움을 받은 정새미(자연대 통계학과 3)씨는 “갑작스런 편지 고백에 놀랐지만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라고 행복한 기분을 전했다.

  짧지 않은 시간을 가장 짙은 농도로 함께 보낸 그들에게 국토대장정의 의미는 남다르다. 또한 이상훈(공대 전기전자공학부 4)씨는 “졸업하기 전에 중앙인이라는 이름을 걸고 함께 목표를 이루어 기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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