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교육인적자원부가 2단계 BK21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사업에 참가했던 수도권 및 지방 대학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이처럼 전국 대학들이 BK21 사업자 선정 결과에 주목하는 것은 BK21 사업이 연구중심대학으로 가는 초석이기 때문이다.
 
 중앙대의 경우 이러한 ‘초석 다지기’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우수 대학원생 유치 부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대학원생은 연구 수행 주체인 교수의 지원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인적자원이다. 따라서 우수한 대학원생 유치 방안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 이공계 출신은 대학원을 기피한다?
 현재 중앙대 대학원 정원은 1173명으로 매년 97~98%의 등록율을 보이고 있어 수급 상황이 열악한 실정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 지원자의 약 80%가 인문․사회 계열 학생이며 이공계․자연계․공학계․의학계열의 지원자 수는 전체의 14%에 그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공계열은 지원자를 모두 뽑는다고 해도 필요한 연구 인력 수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학원 지원자 현황이 계열별로 심한 편중성을 보이는 것은 이공계 기피 현상과 더불어 석․박사 학위 취득 후에도 취직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적 문제와 연관이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원인은 대학원생들에 대한 지원 부족이다. 중앙대의 경우 올해부터 연간 대학원 신입생 100명에 한해 등록금 전액을 면제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전체 대학원생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연세대의 경우 연간 장학 규모가 약 240억에 달하고 있으며 한양대는 학기당 약 2100여명의 학생들에게 연간 320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허형 대학원장(사범대 교육학과 교수)은 “연구비, 기금 등을 모아서 장학금을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석사 이수자 강의 학점 너무 많아
 중앙대에서 석사 학위를 수여받기 위해서는 총 32학점을 이수하여야 하며 이중 강의를 통해 30학점을, 연구를 통해 2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강의를 통해 취득할 학점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강의 학점이 30학점 이상 배정되어 있는 학교는 전국 대학 중 중앙대가 유일무이 하다.
 
 이처럼 강의 학점이 많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연구 학점은 2학점 밖에 되지 않아 연구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중앙대는 강의 학점을 24학점으로 축소하고 연구 학점을 증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며 다음 학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 전일제 학생 부족
 BK21 사업은 대학원생 육성 제도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대학원생으로 인정하는 범위는 회사를 다니며 급여를 받는 학생을 제외한 전일제 학생만이다. 중앙대의 경우 대학원생은 전체적으로 많지만 전일제 학생이 적다. 어떤 학과의 경우 정원 20명 중 단 2명만이 전일제 학생인 경우도 있다. 전일제 학생이 아닌 경우 학위 취득을 목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기 때문에 연구 보조 역할을 수행할 인력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해 한상준 교수(자연대 물리학과)는 “대학원은 단지 학위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전문 인력을 제대로 교육하는 연구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전일제 학생을 우선으로 뽑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연구 조교와 행정 조교 분리돼야
 중앙대의 조교 제도는 역할에 따라 교육 조교, 연구 조교로 나뉜다. 교육 조교의 경우 일반적으로 소속 부서에서 학사, 연구 및 강의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연구 조교는 교수의 연구 업무를 보조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중앙대는 행정 시스템 상 행정 조교가 존재하지 않아 본래의 역할, 기능과는 별도로 대부분의 조교가 행정 부서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중심대학 체제 구축을 위한 BEST 실천방안’에 대한 정책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앙대의 전임교원 1인당 조교수 비율은 0.82명으로 고려대 0.87명, 성균관대 0.79명, 한양대 0.92명과 비교해 결코 뒤지는 수치가 아니다. 허나 중앙대는 교수 연구 보조를 주목적으로 한 연구 조교가 전무한 상태다. 또한 현존하는 연구 조교 역시 행정 업무에 대부분 투입되고 있어 실제 전임교원 1인당 조교수 비율은 0.82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처럼 조교가 효율적․기능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못해 교수, 학생 모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민찬 대학원 총학생회장(정치외교학 박사 수료)은 “연구 업무보다는 행정 업무에 치중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며 “조교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광영 교수(문과대 사회학과)는 “연구를 하려고 해도 보조해 줄 조교들이 행정 조교 업무에 모두 투입되기 때문에 실제로 쓸 인력이 없다”며 심각성을 꼬집었다.

 12개의 특수대학원, 2개의 전문대학원 그리고 일반대학원 석․박사 과정 총 46개의 학과. 이것이 중앙대 대학원의 현황이다. 전문대학원 체제를 많이 갖춘 대학이 연구중심대학의 요건이라면 중앙대는 이미 낙제점이다. 이밖에도 일반대학원의 수많은 학과 중 1년에 1~2명의 학생들만이 지원하는 학과 역시 수두룩하지만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허형 대학원장은 “작년부터 한 두명만이 지원하는 학과는 신입생을 뽑지 않고 있다”며 “추후 폐과를 통해 대학원 구조조정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한상준 교수는 “현재 신입생 수급이 저조한 11개 학과에 경고 조치를 내린 상황”라며 “대학원의 경우 학부보다 더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진정한 의미의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 위해서는 학과 구조개혁을 통한 전략 특성화가 요구된다. 또한 우수한 대학원생 유치를 위해 보다 획기적인 제도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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