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은 채 인도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넌다고 생각해봅시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와 오토바이, 여러 가지 장애물 등을 피해야 하죠. 이처럼 위험천만한 도보 환경에서 시각장애인은 점자블록을 통해 위험지점 및 방향 전환을 파악해야 합니다. 훼손된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중앙대 서울캠 근처 점자블록은 어떨까요. 안전하고 배리어 프리한 도보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 서울시 보도공사 설계시공 매뉴얼에 따라 알아봤습니다. 최희원 기자 strawberr2@cauon.net
우리나라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라 보도에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을 설치해야 한다. 점형블록과 선형블록으로 구성된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에게 위험지점 및 방향 전환과 보행 방향을 알려주는 중요한 보도시설물이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점자블록 관련 민원 수가 2847건에 이르며 점자블록 훼손 및 방치·미설치 문제가 드러나는 추세다. 중앙대 서울캠 부근에도 ▲점자블록 파손 ▲규격 외 점자블록 방치 ▲점자블록 오설치 및 부재 등의 문제가 있었다.
서울캠 인근 부실한 점자블록 관리 실태에 대해 정승원 장애인권위원장(사회학과 3)은 “시각장애인 이동권 침해뿐만 아니라 위험 예측 불가로 시각장애인이 다치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생존권 측면에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활용하는 시각장애인 학생에게 통학로 점자블록 훼손은 큰 문제라고 전했다.
심선아 서울시청 보도관리팀 주무관은 훼손된 점자블록 대응에 관해 “시 예산을 구청에 지원해 보도를 정비하고 있으나 예산 문제로 인해 더딜 수 있다”며 “과거 잘못 설치한 점자블록의 경우 보도블록 설치 규정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못 고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주 동작구청 보도관리팀 주무관은 “구 차원에서 보도 상태 순찰을 진행하고 있다”며 “사람이 적은 골목의 경우 민원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고 모든 관내를 구청에서 돌아볼 순 없다”고 전했다. 또한 정비가 필요한 점자블록을 신고할 시 점차 보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안전한 도보 환경을 위한 학생과 시민 관심도 필요하다. 정승원 위원장은 “장애 인권·인식 개선 교육으로 점자블록이 시각장애인 기본권과 연관됨을 인지할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심선아 주무관은 “서울 스마트 불편신고 앱을 통한 적극적인 부실 점자블록 신고가 보행 경로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수현 기자 ping_bi@cauon.net
사진 최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