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는 채 소설을 썼다. 몰라서 늘 부끄러웠다. 나는 내가 모르는 모든 것들을 알고 싶었다. 한 학기에 한 편 내지 두 편의 소설을 쓰면서, 쓰다보면 알게 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게을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속에 웅크린 채 제 몸을 키워가는, 자괴감과 열등감, 피해의식에 나는 내내 괴로웠다.

  놀라기도 자주였다. 나는 내가 이렇게 아픈 게 많은 사람인지 몰랐다. 더 끔찍했던 건, 내가 쓴 소설들이 모두 비슷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숨 쉴 틈도 없이 비명만 지르다가, 문득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해부(解剖)는 처음부터 없는 것이었다. 다만 나는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죽음은 차라리 온전한 것이었다. 나는 매일 죽고 있었다.

  소설은 늘 균열 속에 자리 잡았다. 메마른 땅속의 질긴 뿌리처럼, 무너진 세계를 줄기차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어떤 강박들에 시달렸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소설을 쓰는 내내 나는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종이 위에 웅크리고 있는 내 모습은 대체로 흉측했고, 온갖 것들에 시달리면서 나는 늘 도망칠 궁리만 했다. 나는 틈으로 만들어진 사람 같았다.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무지하고, 부끄럽고, 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소설을 놓을 수가 없다. 매일을 끈질기게 죽고, 그러나 죽지 않기 위해 나는 소설을 쓴다. 나를 온전히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모든 틈으로써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소설을 쓴다. 어쩌면 모든 위함은 소설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동국대학교 문창․국문 여러 선생님, 흉터가 채 가시지 않은 글을 보듬어 읽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소설분과와 고향의 사람들, 가족이 있어 다행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싶다.

 

임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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