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쾃(Squat)은 불법 점거를 일컫는 말로써, 18세기 산업혁명이 시작되며 농촌의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면서 도시빈민과 도시노동자를 생산해 낸 사회적 결과물이다. 고단한 노동에도 불구하고 거주지를 마련하지 못했던 당시의 가난한 노동자들은 도심의 비어있는 건물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곳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집단적인 계급투쟁을 벌여갈 수 있었다. 

 생존권을 둘러싼 점거와 계급투쟁의 산실로써의 스쾃운동은 68혁명을 지나면서 대안의 삶을 만드는 공간으로 전환되게 된다. "다르게 사는 것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존의 질서가 요구하는 삶의 형태로는 미래에 아무런 대안이 없다고 판단한 이들은 스쾃이라는 작은 사회에 모여서 대안적 삶에 대한 실험들을 꾸준히 해왔다.  이후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 정부가 사회적 보상으로써 도시 근교에 저렴한 임대주택을 지어 이들을 그곳으로 이주시키며 점거 장소와 행위 자체에 커다란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 같은 시기에 정부의 도시계획에 따라 자본가들은 도심 속의 대규모 사업장이나 공장을 시 외곽으로 이전시켰고, 도심에 남아있던 공간들을 방치하게 되는데, 이곳을 예술가들이 점거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쾃의 예술가들은 “생존권에 근거한 단순 점거 행위”를 넘어 점거 행위의 사회적 근거와 의미를 제시하며 법률적·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해 가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은 “몇 십년 동안 비어있는 건물을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행위는 경제적인 가치를 창조하는 일인 동시에 정치적·문화적으로도 올바른 일”이라는 입장을 제시하였고, 이는 각종 언론과 시민사회를 통해 긍정적인 평가와 지지를 이끌어냈다.
 
 2002년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예술 사이트인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와 공동으로 진행한 페스티벌(‘Art &Squat’)에서 파리시와 외곽 도시에 위치한 스쾃들이 일제히 오픈 스튜디오를 개최하여 파리시 전체를 예술의 색채로 넘실거리게 하였다. 이와 함께 팔레 드 도쿄에서는 스쾃 예술가들의 전시회, 다큐멘터리, 토론회 등이 개최되어 스쾃의 성과와 전망들을 조망했다. 최근 들어 파리의 예술 공간 가이드북이 몇 개의 스쾃을 소개할 정도로 뚜렷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생존권을 위해 시작된 스쾃운동은 예술 생존권과 예술 실험권으로 바뀌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최초의 스쾃운동인 ‘오아시스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번 도전적인 프로젝트가 과연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확실히 단정지을 수 없지만 한국의 문화적 상황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점을 마련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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