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기
“문학이란 언어의 몇몇 자질을 확장하고 이를 응용 하는 것 이외의 다른 것일 수 없다.” 흔히 우리는 언어학과 문학을 별개의 학문으로 생각하지만 폴 발레리는 이와 같은 현명한 경고를 통해 문학과 언어학은 불가분의 관계임을 주장하였다. 사실 문학과 언어학은 연구 대상과 목적에 명백한 차이를 두고 있다. 언어학에서 언어는 사물의 의미를 규정하는 상호간의 약속된 상징체계이며, 따라서 그것의 기본 자질과 특성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반면, 문학에서의 언어는 그것의 여러 가지 기능을 활용하여 독자들에게 감동을 배가시켜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두 분야의 학문 모두 언어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언어학의 연구는 문학의 연구를 포함 할 수밖에 없다. 즉, “문학 연구를 포괄적인 언어학 연구로부터 분리시킬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근간으로 하여 필자는 이 보고서에서 문학 속에 나타난 특징적인 표현들을 언어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를 해 보고자 한다. 희대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와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李箱). 이들의 작품은 아직까지도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될 만큼 많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져 왔고 또한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이처럼 인기 있는 작가라는 점 이외에도 이들의 작품 속에 실어증적 언어의 특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셰익스피어와 이상의 작품에서 이따금씩 주인공의 특이한 형태의 발화를 발견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문학적으로는 용인 될 수 있는 표현일지는 모르나 언어학적 측면에서는 실어증적인 특징으로 간주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논문을 통해 이들의 전반적인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나아가서 언어학적 측면에서 접근 하였을 때 실어증으로 보이는 부분들에 대해 연구 해 보도록 할 것이다.

물론 실어증은 명백히 뇌질환의 일종으로써 의학적인 접근과 함께 인지심리학, 언어 심리학 등 여러 분야의 학문에 걸쳐 연구되어야 할 대상이지만, 이 논문의 취지는 문학 속에 나타난 언어학적 특성의 연구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언어학과 문학에 그 범위를 한정 지어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II. 실어증의 분류
일반적인 정설에 의하면, 인간 뇌의 좌반구(left hemisphere)는 말-언어의 기능과 시간의 인지와 시간이 관여된 운동을 주로 관장하며, 우반구(right hemisphere)는 공간적인 개념(거리, 크기, 모양 등)과 음악적인 소리의 인지와 산출을 관장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지극히 정상적인 지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언어를 관장하는 뇌의 좌반구에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 언어장애를 갖게 되는데 이것을 실어증(失語症, Aphasia) 이라고 한다. 실어증은 좌반구의 손상 위치에 따라 브로카 실어증과 베르니케 실어증으로 구분된다.

1. 브로카 실어증(Broca’s aphasia)
Yes-ah- Monday ah- Dad- and Dad- ah- ah- Hospital- and ah-Wednesday- Wednesday- nine o’clock and ah Thursday- ten o’clock ah doctors- two- two-ah doctors and- ah teeth-yah. And a doctor- ah girl- and gums, an I.

1861년, 프랑스의 뇌 생리학자 브로카(Paul Broca, 1824~1880)는 두뇌손상에 뒤이은 언어 장애를 겪는 환자들의 뇌를 해부 한 결과 좌반구 앞쪽이 손상 된 것을 발견하였는데, 이 영역을 브로카 영역(Broca’s area)으로 명명하였다.

이 브로카 실어증 환자들은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어의 의미나 명사, 동사 등은 정확하게 사용하지만, 비문법적(agrammatic)인 현상을 보인다. 이들은 말이 유창하지 못하고 전보식 문장을 사용하며 단어를 찾아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며, 전치사나 조동사 같은 기능어휘(function words)들을 사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어순도 뒤죽박죽이다.

2. 베르니케 실어증(Wernicke’s aphasia)
한편, 1874년에 독일의 뇌 생리학자인 칼 베르니케(Karl Wernicke, 1848~1905)에게도 실어증 환자가 있었는데, 이 환자들은 브로카 부위가 아닌 좌반구의 뒷부분이 손상되어 있었음이 발견되었다. 후에 이 부위를 그의 이름을 따서 베르니케 부위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이 부위의 손상으로 인한 언어 장애를 베르니케 실어증(Wernicke’s aphasia)이라고 한다.

I felt worse because I can no longer keep in mind from the mind of the minds to keep from mind and up to the ear which can be to find among ourselves.

위의 예문과 같이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의 특징은 억양이나 발음이 정상적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어휘를 잘못 사용하거나 종종 의미 없는 어휘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발화는 의미 없는 말의 연속체에 불과하다. 또한 이들은 문법적으로도 비교적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지만, 특이하게도 명사를 기억 해 내지 못하는 대신에 간단한 일상적인 명사를 완곡하게 돌려서 말하거나, 어떤 단어를 동의어로 대체하는 능력에 결함을 보인다는 것이다.


III.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나타난 실어증적 언어 분석
셰익스피어의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영어는 내용이나 특수한 표현에 있어서 우리들에게 매우 이질적이다. 셰익스피어의 영어가 우리에게 이처럼 낯선 이유는 우선 16세기 엘리자베스 시대의 영어라는 점과 그의 영어는 일반 독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연을 하는 배우를 위하여 쓰여 졌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외에도, 문장에서 단어의 이상한 배열이나, 고도로 압축 혹은 생략된 언어, 다양한 수사학적 표현들을 포함하는 언어유희(word play), 리듬을 염두에 둔 약강조 5보격(iambic pentameter)의 무운시(blank verse)로 쓰여졌다는 점 등을 들 수가 있다.

Slanders, sir; for the satirical rogue says here
that old men have grey beards. that their faces are wrinkled.
their eyes purging thick amber and
plum-tree gum and that they have a plentiful lack of wit,
together with most weak hams: all which, sir,
though I most powerfully and potently believe, yet
I hold it not honesty to have it thus set down, for you
yourself, sir, should be old as I am if, like a crab,
you could go backward.

욕설이지 뭐야. 풍자가인 놈이 여기 뭐라고 했는고 하니,
늙은이들은 수염이 희고 얼굴은 주름살투성이에 눈에는
진한 호박빛 서양오얏나무 진 같은 눈곱이 흘러나오고,
노망해서 정신력은 없는데다가 무릎엔 영 힘이 없다는군.
하나하나 옳은 말이지. 그렇다고 이렇게 쓰는 것은 옳지 못해.
자네만 하더라도 나처럼 젊어질 수 있거든.
개처럼 뒤로 기어갈 수 있다면 말이야.

먼저, 위의 예문을 한글 번역을 가리고 다시 한번 잘 읽어보자. 우리는 겉보기에는 지극히 문법적이고 매끄러운 발화처럼 느껴지지만, 곧 해석이 거의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위의 예문은 <햄릿> 제2막 2장 중 한 부분으로써, 햄릿이 그의 아버지를 죽인 숙부에게 복수하기 위해 미친 척 연기를 하고 있는 대사의 일부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이것이 뇌의 좌반구 뒤쪽에 손상을 입어 문법적이지만 무의미한 말을 늘어놓는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의 그 특성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고전적인 예로 촘스키가 문법과 의미가 서로 상반됨을 보여주기 위해 <버틀렛의 인용구사전(Bartlett’s Familiar Quotations)>에 인용한 단 하나의 문장을 들 수 있다.

이 문장은 문법상의 기준으로 보면 용인 가능한 영어(acceptable English)로 설명 되어야 마땅하지만, 의사 전달을 하는 관점에서의 영어로 정의한다면 담화상 의미를 지닌 용인 가능한 언어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문법과 의미가 서로 무관함을 보여주는 문학작품들은 19세기에 유행하였는데, 다음은 무의미 시의 대가로 공인된 에드워드 리어(Edward Lear)가 쓴 시의 일부이다.

It’s a fact the whole world knows,
That Pobbles are happier with their toes.

파블들이 발가락이 없어서 더 행복하다는 것은
온 세상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네.

이와 같이, 표현상 특수성을 띠는 하나의 같은 구절이 문학과 언어학에서는 각기 다른 반응을 나타 낼 수 있다. 즉, 문학 작품 속 무의미의 구절은 문학도들에게는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쉽게 용인 될 수 있지만, 언어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베르니케 실어증을 의심케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되어지며 따라서 일상 담화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IV. 이상(李箱)의 작품 속에 나타난 실어증적 언어 분석
이상(李箱)을 수식하는 단어는 매우 많다. 초현실주의자, 다다이스트, 모더니스트 등 그 이름으로 아무리 많은 수식어를 동원해 본다 할지라도 이러한 한정된 명칭만으로는 규정되지 않을 만큼 그의 텍스트는 폭발적인 힘을 갖고 있다. 그는 자기 자신을 그의 작품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자신의 고립되고 폐쇄된 삶과 이상(理想)이 좌절된 현실을 두 개의 분열된 자아로 표현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 <거울>을 들 수 있는데, [거울 속의 나]는 [거울 밖의 나]와 끊임없이 대립함으로써 자의식의 분열과 대립을 표상한다. 현실적 자아가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본질적 자아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혼자만의 사업”에 몰두하여 서로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한 개인의 내부적 분열은 [오감도:제 1호]에서 보이는 파괴된 인간관계와 함께 이상이 괴로워하던 메마른 세계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의 시 <오감도:제 1호>를 살펴보자.

13人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길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중략)
제1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중략)
<오감도 (烏瞰圖) 시제一호>

이상의 시와 소설이 가진 비상식적 특성은 흔히 예상 할 수 있는 정도를 넘는 특이한 수사법에 있다. 이것은 일상적 삶의 질서를 무시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이 시의 시적 진술은 어떤 현상에 대한 기술이 아니라 그의 내면 심리를 형상화 한 것이다. 그는 그의 눈에 비친 불안한 현대인들을 13인이라고 상징하였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잃고 다만 막연히 서로를 무서워하면서 불안한 삶을 질주하듯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초점이다.

이상의 시는 띄어쓰기만 제외한다면 지극히 문법적이고 유창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연속체들의 나열에 불과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것은 언어학적 관점에서 보는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의 특징과 매우 비슷하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써,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거울을 통과하여(Through the Looking-Glass)> 속에 나오는 시 끝부분은 이상의 시처럼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말들로 가득하다.

And as in uffish thought he stood,
The Jabberwock, with eyes of flame,
Came whiffling through the tulgey wook,
And burbled as it came!
<JABBERWOCKY>

그리고 생각에 잠겨 그가 멈춰 섰을 때,
그 재버웍(횡설수설-역주)이 활활 타는 눈으로,
살랑살랑 숲을 헤치고,
다가오며 지껄였다!

앞서 살펴본 몇 가지 시에서 공통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분법적인 능력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에서 복문을 이해하고 매우 유창한 발화를 한다. 그러나 이 작품 속에서 앨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어쩐지 그것 때문에 내 머리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 즉, 앨리스는 문법적이고 유창하게 말을 하지만 자신이 하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조차도 모르는 무의미한 말들을 계속하는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이며, 또한 이상의 시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 할 수 있다.


V. 결론
문학은 언어를 재료로 한다. 이것은 시적 언어가 일상 언어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학이 일상 언어의 몇몇 자질을 확장하고 이를 응용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 이것이 언어학적으로는 실어증이나 여타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문학과 언어학에서 받아들이는 입장 차이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문학작품들 중에서 <햄릿>과 이상의 몇몇 작품들을 분석하여 보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문학적 관점에서는 용인될 수 있는 표현이지만 언어학적 측면에서 볼 때에는 베르니케 실어증을 의심케 하는 특징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처럼, 언어학과 문학은 서로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언어를 각기 다른 입장에서 용인 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창조 해 내는 예술작품이 될 수도, 일종의 실어증의 증세로 간주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문학작품의 언어를 언어학적으로 분석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언어학은 일상 언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문학은 일상 언어를 갈고 다듬어 수사학적 기교가 들어간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언어를 넘어선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어 기존의 가치관 질서, 통념을 준수하기 보다는 새로운 세상을 지향해나가는 것이 문학 작품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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