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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항쟁에서 출범식까지의 일련의 과정, 학생운동은 극심한 탄압을 받고
있으며, 한총련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한총련 주류세력과 비운동권,
PD계열 학운 진영의 얘기를 들어보고 학생운동의 위기, 그 해결의 실마리
를 찾는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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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이후 한국학생운동의 명실상부한 대표체이자 한국사회 진보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해온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지난해 8월의 연세대
사태와 올해 한총련 출범식을 경과하며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그
이후 학생운동 내부에서는 학생운동 혁신에 대한 무수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지난 8월 9일 연세대에서 대학생신문사 주최로 열린 `학생운동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한총련의 위기와 학생운동의 미래'는 그러한 논의들을 잘 보여주는
자리였다.

약 3백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대 총학생회 정책실장 이종현씨, 연세대
부총학생회장 유명종씨, 전국학생연대 부의장 강현욱씨 등 3인의 토론자가
나와 장장 4시간에 걸쳐 *학생운동의 폭력성 *한총련의 전민항쟁 노선에
대한 평가 *학생운동의 위상과 역할 *한총련 강제탈퇴 압력에 대한 대처
방안 *한총련의 비민주성 해결 방안 * 하반기 학생운동의 과제 등의 주제
로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 한총련 주류도 참가하지 않고, 애
초 참가하기로 했던 전북총련 관계자 역시 사정상 참가하지 못하여 3명의 토
론자만으로 조촐하게 토론회가 진행되긴 했지만, 3명의 토론자들의 발언속에
서 현 학생운동 혁신에 대한 각각의 입장과 쟁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토론자들은 한총련 주류의 주체사상에 입각한 친북적 운동에 대해 명확히 반
대하고, 올해 한총련 주류가 설정한 전민항쟁 노선과 몇일 앞으로 다가온 범
민족대회 및 범청학련 통일축전의 한계 및 오류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한 점에
서는 일치를 보였으나 그외 문제들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다른 입장을 개진하
였다. 특히 `학생운동의 위상과 역할', `한총련의 비민주성 해결방안' 등의
주제에 토론자들은 가장 명확한 차이를 보여 현시기 학생운동의 쟁점이 무엇인
지를 확연히 드러내주었다.

학생운동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 모든 토론자들은 학생운동은 `선도적 문제
제기 집단'이라고 답하였으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발현되는 방법에는 많은 차
이를 보였다. 먼저 유명종씨는 “그간 학생운동이 스스로의 위치를 과도하게
설정해왔다”며 `대학생다운'눈으로 사회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
고 이종현씨는 선도성의 구체적 의미를 “운동영역의 확장, 특히 성, 환경 등
현재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대사회적 제기”를 의미한다고 설명
하였다. 유씨와 이씨가 노동운동, 환경운동, 시민운동 등이 성장한 만큼 80
년대에 학생운동에 과잉 집중되었던 선도적 역할은 분산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
한 데 반해, 강현욱씨는 “예전에 비해 노동운동 및 여타 민중운동이 발전해가
고 있는 상황이지만 학생운동이 선도적으로 제기할 문제들은 산적해 있다”며
학생운동의 정치적 선도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그 예로 하반기에 주요 이슈
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전-노 사면 문제'에 학생운동이 먼저 대응해야 한
다고 했다.

한총련의 비민주성의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3명의 토론자가 각각 다른 입장을
내보였다. 이씨는 기획 및 집행권이 한총련 중앙집행위원회에 집중되어 있는
구조가 핵심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한총련 사업의 기획 및 집행권을 분산시
키기 위한 새로운 기구(일종의 정책 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씨는 “한총련의 비민주성을 해결하는 문제를 한총련내에
자리잡고 있는 여러 운동세력들 사이의 문제, 즉 소수파의 의견을 배제하는 다
수파의 횡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보는 것은 일면 타당하면서
도 본질적인 관점과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하며, “비민주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본질적인 대책은 어떻게 하면 한총련과 학우들이 상호 교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라며 `한총련 의장 직선제와 한총련에 대한 대중적 평가기구의 마련'
을 그 대안으로 주장했다.

한편 유씨는 “한총련이라는 조직이 민주성을 확보할 수 있고 백만학우의 의견
을 수렴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단언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사상과 노선에 있어서 한총련과는 다른 총학생회 협의체인 `새로운 미래를 여는
총학생회 모임'을 주도한 연세대 총학생회의 입장을 명확히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학생운동 혁신에 관한 이러한 견해 차이는 한국학생운동의 역사성에 대한
인식 및 향후 학생운동의 방향성에 대한 입장 차이를 내포한 것으로, 이날 토론
회를 통하여 그 입장의 차이가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다.

학생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을 감행하는 것은 부단한 논의와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혁신 논의를 하는 데 있어 우리가 염두해야 할 몇가지 기본관점을
제기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는 학생운동의 혁신이 말 뿐만이 아닌 학생운
동의 실천성을 유지.강화하며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한국학생운동
의 역사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기반으로 그 역사성을 계승해야 한다는 것이고,
셋째로는 학생운동의 새로운 방향성의 모색은 어디까지나 학우대중과의 교감 속에
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방강수<대학생신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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