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글쓴이는 중앙대의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매우 부족하여 지난 몇년간 장애우 입학이 전혀 없없던 것을 지적하며 학교본부에 개선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 ⓒ 중대신문 인터넷뉴스팀
오토다케 히로타다.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10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선천성 사지 절단증이란 병을 가지고 있었으나 사회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으로 인해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후, ‘마음의 장벽 없애기’ 라는 사회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스티븐 호킹. 1963년 대학원 박사 과정중 온 몸의 운동신경이 차례로 파괴되는 루게릭 병에 걸렸지만 특이점 정리, 블랙홀 증발, 양자우주론 등의 혁명적인 이론을 현대 물리학계에 제시하였고 1980년에는 케임브리지 대학 루카시안 석좌 교수에 취임하였다.

이 둘은 보통 사람이라면 절망할 수준의 장애를 딛고 눈부신 결과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다. 오토다케는 오히려 보통사람보다도 활발히 운동이나 사회 활동을 하였고, 스티븐 호킹은 폐렴으로 인해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컴퓨터로 뜻을 말하며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내었다.

우리 대학에서도 이렇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할까? 어찌된 일인지 학교를 3년 동안 다니는 동안에도 장애인은 거의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두 사람 다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므로 다리를 쓸 수 없는 1급 장애인을 가정하여 이 사람이 과연 중앙대에서 어떤 일을 당하게 될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일단 중앙대는 장애인에 대해 별도 예산 편성 및 장학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조사에 기록되어 있지만 중앙대 안에선 장애인 특별전형이나 장학제도에 대한 어떠한 안내 글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성인 장애인의 52.3%가 초등학교 졸업 미만의 학력인 현실을 반영해 수요가 없을 것이라 예측했기 때문일까? 가정을 조금 바꾸어서, 어느 날 불행한 사고를 당해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중앙대 학생을 가정하고 그가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행동들을 생각해 보도록 하자.

첫째, 무슨 일이 있어도 차량이 있어야 한다.

대중교통을 타고 학교에 오는 일은 그야말로 모세가 홍해를 여는 기적에 가깝다. 2003년에야 저상버스를 도입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자. 학교에선 별도의 이동수단을 일체 지원하지 않으므로 서울 안에 100대가 있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던가 차량을 구입하는 수밖에 없다.

수업 중 건물을 이동할 일이 생긴다면 더욱 필수다. 우리 학교의 경사를 휠체어로 오르내리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익스트림 스포츠다. 전동 휠체어로도 등판 가능한 10도를 넘어버리기 때문에 오를 수 없다. 각 건물 앞에는 경사로와 장애인 주차 시설만은 반드시 설치되어 있으니 다행이다.

둘째, 전동 휠체어는 절대 좋은 선택이 아니다.

휠체어 리프트가 달려 있는 차량과 전동 휠체어의 세트로 통학 문제는 해결되겠지 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직 강의실까지 가는 일이 남아 있다. 문과대, 정경대, 약대생이라면 전동휠체어는 70킬로그램짜리 쇳덩이에 불과하다.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휠체어와 자신을 업어줄 친구를 구하고, 동선을 세심히 계산해 수업을 들어야 한다. 문과대의 경우에는 여성장애인용 화장실이 한층 밖에 설치되어 있지 않으니 3층을 뛰어 내려가기보다는 친구들이 화장실 안까지 업어주도록 하는 것이 이득이다.

아니 이쯤 되면 학교에서 화장실에 갈 이유가 없어진다. 이를 위해서인지 교내 매점과 학교 식당에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며, 장애인용 화장실도 없다. 안 먹으면 화장실도 안 가도 되니까 이는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다.

도서관도, 양호실도 혼자서는 결코 갈 수가 없게끔 되어 있다. 이는 수업을 들으면서 넓은 인간관계를 쌓아 나가라는 학교측의 배려인 것인가?

지금 가정한 것은 다리를 쓰지 못하는 경우이지만, 맹인이나 청각장애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하자. 이 학교에서 점자 표기가 되어 있는 곳은 오로지 엘리베이터뿐이다. 도서관에도 점자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맹인 학생이 없기 때문이란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결론을 내자면, 만약 당신이 아무리 성적이 출중하고 촉망 받는 인재라 할지라도, 이 정도의 장애가 생겼을 경우 그것이 당신의 인생을 180도 바꾸는 일을 막을 순 없다. 이 나라의 장애인 특별전형 학생 30%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 휴학하거나 자퇴를 하게 될 것이다. 스티븐 호킹처럼 과학 관련의 연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시간이 지난다 할지라도, 지금처럼 장애학생 관련 예산이 연평균 2470만원인 상황에서는(1998년 기준) 통학용 차량이나, 점자 책, 점자 컴퓨터 같은 것은 생기지 않는다. 본관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므로, 계단을 기어가지 않는 한 혼자서 총장님을 만나 하소연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맘 편하게 제2의 인생을 받아 들이도록 하자.

이제 어느 정도 우리 옆에서 장애인들을 찾아 볼 수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 대학에서 가르쳐주는 ‘지성’이란 것은 일반인들만을 위한 것이다. 거기에 그들을 위한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이들은 교육받지 못한 채로 사회에 그들의 목소리를 전할 언명의 방법을 구하지 못하고 그렇게 장애를 천형처럼 여기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언제까지 학생 한 명을 위해 학교 전체를 뜯어 고쳤다는 외국의 이야기를 보면서 부러워만 해야 하는 지 묻고 싶다. 도대체 우리 학교 건물들에 존재하는 경사로들은 장애인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자판기용 음료수 손수레를 위한 것인가?

꼭 장애인이 도움 없이 혼자서도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학교를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은 아니다. 중앙대가 지금까지의 지옥의 전쟁터에서 벗어나서 장애인에게는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소가, 일반 학생에게는 장애인과의 공존을 배울 수 있게 하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학교측의 결단을 촉구한다.

이 글을 쓴 김민중 씨는 잠실에 사는 중앙대 재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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