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한 세상 나를 위하여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남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사랑의 스승! 이곳에 영원히 계시다.’<고 서영채교수 비문>

독신 여성의 몸으로 오직 교육학과의 발전과 제자들을 위해 한평생(57세 별세)정성과 심혈을 기울이셨던 은사님의 묘소 앞에 제자들과 그 부부들이 43년째 추모의 모임을 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교육자는 많아도 참다운 스승은 없고, 가르친 학생들은 많아도 제자다운 제자가 없다고 한탄하는 ‘사제문화의 부재시대’인 현실에 이들의 모임은 더욱 눈길을 끈다.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동문회(회장:한금택 전 부천남중교장·63세)의 회원과 그 배우자 등 40여명은 지난 5월 13일 12시 춘천가도의 모란공원 내 은사님 묘소 앞에서 추모의 모임을 가졌다.

이날의 추모식은 전임회장(인하대 金興圭교수·65세)의 “오늘은 뜻깊은 어린이 날이라 모두들 가족끼리 가족나들이를 나갔지만 저희들은 은사님을 찾아왔습니다. 선생님께 직접 가르침을 받은 1세대 제자들과 그 1세대로부터 선생님의 높고 큰 교육자적 정신과 생애에 대해 가르침을 받은 2, 3세대의 제자들이 다시 찾아와 선생님의 높은 뜻을 되새기며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로서, 교육자로서, 스승으로서의 존경스런 모습은 저희들 유전인자 속에 영원히 흐르고 있습니다. 선생님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추도사로 시작했다.

이어 식순에 따라 평소 고인이 즐겨 애창하셨던 미국민요 ‘메기의 추억’을 합창하면서 스승의 은덕을 되새기며 명복을 빌었다. 제자들이 추모하는 서영채(徐英彩)교수님은 1907년 대구에서 나시고 일본과 중국 유학을 거쳐 미국 휘톤대학원·빽렐대학원·뉴욕대학원을 마치신 후 중앙대학교 교수로 계시다가 57세(1962)때 돌아가셨다.

교수 재직시(1950년) 교육학과를 발전시키는데 온갖 정성과 심혈을 기울임은 물론 미국에서 모금한 장학금에다가 사재를 털어 흑석3동에 단독주택과 300여평의 밭을 구입, 육영학사(育英學舍)로 명명하고 각 학년에서 장래성이 인정되는 제자들을 선발, 15명 정도씩 숙식하도록 뒷바라지를 하셨다.

입주한 학생들은 “투철한 소명의식으로 자기의 소임을 다하라”, “세상에 나가 소금의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가르침을 뇌리에 되새기는 한편 은사님이 의도하신 ‘4H 정신과 기독교 정신’을 몸소 체험하며 텃밭에 채소를 가꾸면서 대학 및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또한 교수 장학금 제도를 마련, 학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하였으며 농어촌과 도시지역의 교육조사 활동을 주도하시어 학습의욕을 북돋아 주셨고 지역사회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셨다.

은사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와 헌신, 봉사와 정성으로 가꾸어준 보람으로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교육학과로서는 명실 공히 독보적인 명성과 전통을 갖고 성장·발전하게 된 것에 대해 이들 제자들은 한결같이 깊이 감사하고 있다.

그 육영학사를 거쳐 간 50여명의 제자들 중, 제 1세대인 유기섭박사(중앙대 명예교수·78세), 정재철박사(중앙대 명예교수·76세), 남상태회장(전 남흥교역(주)·76세), 김대연박사(홍익대 명예교수(71세), 홍성윤박사(중앙대 명예교수·71세)를 비롯하여 차석기박사(고려대 명예교수·77세), 김종원박사(77세), 홍덕창박사(전 총신대 부총장·71세), 노승윤박사(한양여대 명예교수·69세), 정찬문씨(전 신원교통 대표이사·69세), 홍기형박사(전 대진대 총장·66세), 장덕삼박사(원광대 교수·65세), 장석우박사(인천대 교수·66세), 이종림회장(문학문인 회장·64세), 김흥규박사(인하대 교수·65세), 이시용박사(경인교대 교수·63세), 권영창박사(인천전문대 교수·63세), 한금택회장(전 부천남중 교장·63세), 이금우(전 원종고 교장·63세), 한규원박사(전주우석대 교수·60세), 이용부교장(서해중·59세)등이 거의 매년 추모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또 고인을 전혀 모르는 30대 제자(서희순:인천선인고 교사)등 은사의 3~4대 제자들까지 참여하여 더욱 뜻깊게 생각되었으며 사제간에 고발하고 싸우는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참으로 보기 드문 광경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스승이 생전에 애창했던 미국민요 ‘메기의 추억’을 부르기 전에 사회자는 “메기의 추억을 힘차게 합창합시다. 이 노래와 함께 선생님의 높은 뜻과 사랑이 이곳 모란공원의 계곡과 나무, 잔디에게까지 울려퍼지도록...”하면서 열창을 하는 제자들의 모습에서 뿌듯한 사제의 정을 느낄 수 있었으며 훌륭한 스승 밑에서 맺어진 선후배제자들의 돈독한 유대 관계는 부러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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