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미술에 입힌 영향은 막대하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저장장치와 프로세서의 급격한 성장은 대중들에게 값싸게 보급되었고, 그로 인해 사용자와 관련 업체가 증가하여 저변 인구의 급증을 야기했다.

 예술 자체에서 인터렉티비티(상호성)가 제외되어서는 작품이 될 수 없다. 마치 시냇가에 달구어진 조약돌에 물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도 같다. 자기 수양과 자기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호 작용(반응)은 필수 조건이다.

공학발달과 궤도를 같이 하는 미디어아트

한국 미디어 아트(디지털 인터렉티브 아트)의 발달은 현대사회의 속성인 조급함이 장점으로 두드러지는 한국 IT산업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 인터렉티브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센서를 이용해 관객의 정보를 읽어내야 한다.

센서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으나 현재 가장 보편화되고 사용 빈도수가 높은 것은 이미지 센싱이다. 간단하게는 적외선 또는 광센서를 이용하여 관객의 작품으로의 접근 유무 또는 상태나 위치를 파악해 계획대로 반응하게 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공학이 발달하면 운신의 폭이 넓어 질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아트, 그러나 근본적인 CT(Culture Technology)를 이룩하기 위해서 양자의 상호 협동 체제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프랑스의 CNAM내의 과학기술 전산정보대학원이나 파리 8대학의 Art & Technology of image(영상예술공학과) 등이 예술과 공학을 접목하고 있으며 프레누와(Frenoy)라고 불리는 튀르꾸앙 Studio national 학교에서도 장르가 퓨전 CT에 국가가 많은 지원을 한다.

 미국의 MIT, media Lab은 공학에 편중된 느낌을 주지만 독일 Kahlsruhe에 있는 ZKM은 실로 예술만을 위해 공학이 많은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ZKM 출신의 작가인 박상현은 기술과 예술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2002년에서 2004년까지의 작업들은 MAX MSP Jitter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텍스트가 내포하고 있는 철학과 사유의 압축을 미디사운드와 결합하고 상호 작용하게 한다.

그리고 관객들이 가벼운 시선을 내버리듯 끊고 달아나게 하지 못하게 한다. “City of Shaman"에서는 구(球) 주위에 설치된 적외선 거리 센서를 이용해 맥스 프로그램이 준비된 항공사진을 보여주면서 인간들이 자연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묻고 있다.

하느님의 거대한 컴퓨터 속 마더보드처럼 구획 정리된 항공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인간은 칩과 칩의 사이에 전선과 같은 도로망을 이동하는 전자(electron)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그는 프느마틱을 이용하여 무용수가 춤을 추는 행위에 반응하는 키네틱 영상 사운드를 포함한 퍼포먼스를 하기도 하였다.

이미지 센싱을 이용한 프로그램은 Jitter이외에도 Big Eye, isadora 등 tracking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많다. Jitter는 최근 버전 업되면서 음악가들 위주로 사용되던 Max Msp와 결합되어 비주얼 아티스트에게 조금씩 그러나 급속도로로 퍼지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Big eye를 사용할 당시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컨트롤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창근(서강대 겸임교수)의 경우도 Max Msp Jitter를 이용하여 스텝모터와 프느마틱을 제어하면서 관객과의 인터렉션을 추구한다. 계속된 작업이 모두 인터렉션과 기계적 실시간 변형 영상설치를 주로 한다.

물론 멀티미디어 요소가 강조되고 있으며 회화적인 요소도 가미된다. 센서도 다양하게 이용하는데 터치 스크린이나 압력 패드를 이용해 바닥에 모자이크 영상설치도 하였다.

소프트웨어는 신세대들 중에서 집요한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 마니아가 되어 무척 잘 다룬다. 하드웨어의 마니아가 되어서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 기판을 분해 조립할 수 있는 작가로 이장원을 들 수 있다.

기존 씨디롬 플레이어들을 조합해서 해바라기 모양을 만들고선 관객이 터치스크린을 건드리면 모터가 작동하여 발화하도록 했다. 이처럼 작품성을 간과하지 않는 섬세함과 스케일 모두 지니고 있다.

 CCD카메라를 곳곳의 천문대에 설치해 놓고 네트워크로 연결 태양을 좇아 영상으로 보내주는 작업에서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자 신화, 과학적 인식의 모험이 시작된다고 말하는 그. 그에게서 예술의 역사와 같은 수많은 신화와 설화 또 영웅담들이 공포와 안도 속에 잠들어 있는 한국 미술의 과거와 미래를 본다.

그 해 농사를 망쳤다며 씁쓸한 시선을 하늘로 향하는 농부. 골패인 주름의 고생스런 표정이지만 들이대고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미래가 있을 것이다.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이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예술과 공학을 융합하는 CT의 산실이다. 영국에서 조소로 석사를 마치고 온 고창선은 센서를 잘 다룰 줄 안다. 근본적으로 인내심이 강한 뚝심 있는 작가이다.

사뭇 반짝하는 예술가들과는 다른 그의 작품은 남들과 다른 어법을 가지고 있다. 장고(長考)의 예술성이 기입되어 있다. 수 십수 앞을 내다본 착점에 관객은 쉽게 접근할 수 없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려면 관객이 작가가 되어야 한다.

초소형 LCD가 보여주는 일상

앉아 있는 두 사람의 시트 쿠션은 온도에 따라 색변화 하는 특수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앉아 있을 때는 보이지 않는 존재의 흔적이지만 그 자리를 떠난 후에나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서야 그 소중함을 느끼는 것처럼 관객 스스로 작업자이며 완성시키는 사람이다. 관객이 또 다른 관객에 의해서 작품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초소형 LCD 모니터로 보여주는 “일상(소중하게 바라보다)”에서는 관객의 관람이 퍼포먼스가 된다.

전시장에 무릎을 꿇거나 꼬꾸라질 듯 고개를 숙여서 집중하여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여러 가지 센서와 Max Msp Jitter를 이용하여 인터렉티브 미디어 작품을 하고 있다.
간단하게 살펴보았지만 수없이 두드리는 빗물처럼 많은 작가들이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에 관심과 열정을 쏟아 내고 있다.

 여우비처럼 햇살이 너무 강해 그 비가 그치지 않을 까 우려 되지는 않는다. 그 비가 대지를 적셔 포도나무에 당도가 높은 과즙을 생산하여 갈증을 풀어주길 기다린다. 한국인은 야무지며 영리하다. 예술의 중심이 한국이 되는 날, 디지털 미디어 아트도 큰 역할을 하리라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과도 같은 예술의 탄생이 다가 와서 권위적인 예술에서 친근감 있으며 재미 있는 예술로의 변신이 필요하다. 관객들도 권위에 익숙해진 관람 태도를 벗어 버리고 진솔하게 다가가 즐거울 수 있는 이장으로 돌아서야 할 것이다. 일단은 작가들의 변신이 있고 나서의 얘기다.

김형기 첨단영상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