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나바빠’씨는 내일 있을 ‘문제해결능력’강의준비에 한창이다. 일주일동안의 설문조사결과를 토대로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해가는 것이 이 수업의 주된 진행방식. 실제 노동현장에서 쓸모 있는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신설된 커리큘럼이다.

점점 확산되고 있는 대학의 산업화 추세와 맞물려 익숙해지고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국내 유수 대학들이 산업화를 지지하고 나서 대학에 산업화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과연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어떠할까.

프랑스 대학의 문은 대학에 들어오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대신 고등학교 졸업시험인 ‘바카롤레아’를 통과한 자만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일단 들어간 대학에서는 모든 것을 학생들의 자유로 맡겨두되, 매년 한 학년이 끝날 때마다 학기말 고사를 치른다. 이때 시험에서 떨어진 학생은 제적을 당하기도 한다.

이처럼 프랑스의 대학에서는 어찌 보면 ‘잔인하리’ 만큼 공부하기를 요구하고 철저하게 순수학문 중심의 교육이 이뤄진다. ‘대학’은 학문 탐구에 뜻이 있는 사람들만 진학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대다수의 실무전문가나 취업을 목표로 한 사람들은 전문대로 진학한다.

독일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 독일은 총 22개의 국립대학이 동등한 위치에서 학문탐구에 열을 올린다. 근래에 와서 어느 정도의 ‘위기의식’은 가지고 있으나, ‘연구하는 공간’이라는 고유의 특성은 잃지 않고 있다.

매우 복잡한 학제를 가지고 있는 영국은 인문숭상의 전통 아래 대학교육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목표를 ‘개인의 개발’에 둬왔다. 이러한 인문주의적 목표에 부합하는 우수 인력양산의 주체로서 순수학문교육을 중시해온 영국대학은 최근 들어 실무가 중심이 되는 학문분야에서도 학위취득이 가능해져 서서히 개혁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산업화 현상들은 각자의 조건과 입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대학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취업을 위한 공간이 아닌 ‘학문과 연구의 장’이라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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