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주민카드에서 유전자복제에 이르기까지 이제 과학은 소수가 주도하는 것을 묵과하기에
는 인간의 생존과 인권에 너무나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는 ‘합의회의’와 ‘과학상점’ 같은 전문가와 일반시민의 교류창구가 꾸준히 모색
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과학 전 영역에서 시민들의 소외가 계속되고 있으
며, 일부단체들의 간헐적인 움직임만 있을 뿐 대학인 사이에서 조차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
으키지 못했다.

이런 기존의 움직임에 ‘과학상점운동 관악학생특별위원회’(위원장:노윤호, 무기재료공학
과·3, 이하 과학상점특위)가 녹색반기를 들었다.

과학상점특위는 작년부터 모임결성이 논의되어 지난 4월 본격적으로 출범하였으며 현재 서
울대 총학생회, 공대신문사, 과학철학연구회 및 자연대 전기공학부 통신단과 과학 관련 동아
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과학의 민주화’를 위해 내놓은 것은 ‘과학상점’으로, 이에
대해 대학내의 연구인력을 활용해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연구를 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시민
도 대학인과의 연대를 통해 과학의 소외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하고 있
다.

그러나 과학상점특위는 일반적인 특위의 성격이 그렇듯이 아직 본격적인 조직체라고 하기에
는 미비점이 많다. 처음 시도되는 만큼 도전하는 것 또한 쉬운 것은 아니다. “교육의 기본
권은 교육받을 권리 이외에도, 어떤 교육을 받을 것인가도 문제다. 그러나 ‘졸업장 따내
기’식 대학교육시스템은 과학기술분야에서 의미있는 연구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노윤호
특위위원장의 말처럼 대학교육시스템의 모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
다. 무엇보다 ‘과학의 민주화’에 대한 의견에 대해 아직도 대학 제주체간의 합의가 이루
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이 큰 문제점이라고 한다.

이에 과학상점특위는 과학의 민주화에 대한 기본인식이 부족한 현실에 주목, 이벤트사업과
선전사업에 주력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과학기술회관 앞에서
있었던 퍼포먼스에서는 과학자의 팔다리를 묶고 정부와 자본의 꼭두각시로 이용당하는 현실
을 비판하고 자본에 의해 내몰린 민중을 표현하는 실험정신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대동제를 이용하여 ‘졸업장 따기’식의 의미없는 과학 연구를 비판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편 현재 진행중인 격주간 소식지 발행과 리플랫 배부, 웹사이트 구축과 더불어 대
학언론을 통해 좀더 많은 대학과 연계해 나가고, 관련단체 교수와의 연대를 통해 문제의식
을 사회적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구상중이다.

아직은 ‘과학상점’이라는 개념뿐 아니라 ‘과학의 민주화’라는 개념 조차 바로서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든든한 배후가 되어야 할 대학생들 사이에서 조차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
태다. 더욱이 민중 또한 IMF로 또다시 자본에 의해 다른 것에는 눈을 돌릴 여유가 없는 요
즘, 그들의 이런 노력은 당분간 크게 드러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언젠가 제기되어야 할 ‘과학의 민주화’에 대해 대학인인 그들이 화두를 제시
했고, 그 방안이 대학의 모순을 꼬집는 것이라면 대학 제주체 사이의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과학은 기능인 양성소일 뿐! 과학은 이윤추구의 도구일 뿐”이라는 그들의 경고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홍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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