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연예X파일 사건관련 기자회견에서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안재욱 홍보부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뒷담화 수준의 광고기획사 연예인 정보 파일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져 나가자 많은 매체나 미디어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에서 몇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 있어 보인다.

▲ 인터넷은 이제 익명성의 방어막이 아니다 =  단순히 유출뿐만 아니라 재미나 호기심으로 한 번씩 펌질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문제들을 낳을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사례다. 특히 인권에 관해서는 무심한 행동이 결국에는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과 사회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한 사람의 행동이 하나 하나 모여 어떻게 증폭되어 가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은 인터넷에서는 더욱 금물인 것이다. 대개 인터넷을 통한 인권의 침해는 이러한 익명성이나 군중성에 안주하는 심리에서 일어난다는 점, 그것을 새삼 기억할 필요가 있다.

▲ 네티즌만의 책임? =  그러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관련 문서가 퍼져 나가자, 그 원인을 네티즌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분명 의도적 악의적으로 유포하는 것은 지탄의 대상이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인권에 대한 의식과 주의가 부족하다는 것을 함께 지적하는 것이 타당하다.

▲ 관련자 처벌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  또한 단지 관련자를 처벌하거나 소송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는다고 해서 연예인 파일 유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또한 인권 관련법이나 제도적인 보완으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연예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시선은 두개가 묘하게 교차하면서 버무려진다. 하나는 선망이나 동경이라면 다른 하나는 질투나 미움이다. 두개로 나뉘어 있는 것 같지만 이 둘은 하나이어서 선망이나동경에 따라 미움과 질투가 나온다.

▲ 제일기획이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 올린 사과문 전문
연예인들에 대한 뒷이야기를 즐기는 이유는 이 두가지 심리가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연예인들은 모든 이들의 동경과 선망을 받으니 흠집을 내고 싶어하거나 그렇게 되어도 무감각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연예인이라는 공인도 하나의 인격체이자, 천부적인 인권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이 무시된다. 연예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 자신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더구나 인터넷을 매개로한 사회에서는 누구라도 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연예 저널리즘 재정립의 계기가 되어야 =  이럴 때 연예인들의 인권을 무시해온 폭로주의, 선정주의의 황색 저널리즘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자정이 요구된다. 그런데 비판적 논의의 중심은 자료를 만든 광고사나 인터넷의 속성, 네티즌들의 행위에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야 말로 매체들이 언제든지 이러한 인권 침해를 언제든지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이 냄비끓듯이 지나가면 황색 연예 저널리즘이 다시 활개를 칠 것이 우려된다. 연예 저널리즘을 어떻게 정립 시켜나가야 할 것인지 모색할 계기이자 시점이다.

▲ 연예인들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  일부에서는 논의가 인권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상품성에 맞추어져 이루어진다. 연예인들이 안좋은 소문에 시달리게 되면 상품성이 떨어져 얼마만큼의 손해를 보게 된다는 식의 논의다.

연예인들은 이미지라는 상품을 팔고 그 수익을 얻은 사람들이라고 할 때 이 문제가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것은 이러한 대중문화 산업의 수익성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작사나 기획사 등등의 자본의 논리로 이 사건을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권과 상품성은 그 차이의 간격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가 중심이라면 다시 한번 연예인들의 인권이 죽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상품성이 없는 연예인들은 인권이 침해되어도 된다는 안일한 의식을 암묵적으로 뿌리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분명 이번 사태는 연예인을 하나의 상품으로만 보는 연예 자본 상품 구조에서 비롯했다. 애초에 연예인을 상품으로 보지 않고 인간으로 보았다면 그 질 낮은 보고서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 연예인들도 공인으로서의 책임감 갖는 계기 되어야 =  파일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 연예인이나 연예계 내부에서도 모종의 행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즉 한국 대중 문화 혹은 연예 문화의 철학이나 원칙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어떠한 원칙이나 철학없이 상업적인 논리들이 횡행하고 있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행동과 사고에도 일정한 철학이나 원칙들이 부족한 면이 있다. 또한 일종의 연예 공인이 가져야 하는 철학과 성찰이 정립되어야 한다. 가벼운 행태들이 문제 거리가 되지 않도록 공동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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