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5호부터는 ‘21세기를 준비한다’ 그 마지막 주제인 ‘과학기술 민주화를 위하여’를 연
재하고 있다. 지나치게 소수 엘리트 계층에 편향되어 추진되는 오늘날의 과학기술정책을 비
판하고, 과학기술정책추진과정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과
학기술에 있어 전문가 이데올로기를 타파하고 전문가와 시민의 만남을 통해 보다 생태친화적
이고 인간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과학기술 대중화 정책을 비판한다
2. 전문가와 시민의 만남 통한 과학기술민주화
3. 과학과 사회를 잇는 교육이 필요하다
4. 과학기술민주화를 위한 노력:(1)정부, 언론
5. 과학기술민주화를 위한 노력:(2)시민사회, 대학

주위를 돌아보면 과학기술이 없는 공간은 거의 없다. 과학이란 낱말은 생활용어가 되었으며
시민들은 과학기술의 문화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과연 과학의 본질을 이해하고 과학기술
에 자유로운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직까지 과학은 특정의 소수 엘리트에 의해서만
취급되는 영역이며 그들에 의하여 과학기술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생각은 바로 ‘학문중심 교육사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50년대 중반이후 1970년대까지 세계 교육의 주류를 이룬 학문중심 교육사조는 과학교육계
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1957년 옛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닉(Sputnik)을 발사하면서
과학기술 및 국방영역에서 소련에게 뒤졌다는 미국 및 유럽 여러나라들의 위기의식은 곧바
로 과학교육의 전면적인 검토와 수정에 착수하게 하였다.

군사강국과 과학기술의 최강국을 되찾기 위하여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들은 학생
들에게 과학의 지식을 최대한 많이 가르치고, 과학자들이 수행한 방법 그대로 학생들이 따
라 하기를 강요하였다. 이를 위하여 새로운 과학교과 교육과정을 개발하였으며 학교 실험실
기구 및 시설을 최고로 만들고 과학교사를 위하여 재교육을 실시하는 등 정부차원의 막대한
인적, 재정적 지원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1970년 후반 및 1980년대에 실시된 세계 교육
성취도 검사에서 미국 학생들의 과학성적은 거의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무엇보다도 학생들은
과학교과를 거의 선택하지 않는등 과학에서 이탈하려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과학교육에
서 다루는 내용의 대부분이 과학의 법칙, 개념, 이론 등 학문적 속성만 지나치게 강조함으로
써 소수의 엘리트 학생들만 참여하게 하였고, 일상생활과 거의 관련 없는 내용만 다루다보
니 학생 대부분은 과학은 자신들과는 무관한 영역이라는 생각을 갖게 함으로써 나타난 결과
이다.

심지어 소위 명문대학에 재학중인 자연과학 및 공학계열 학생들도 학교에서 배운 과학지식
을 생활에서 거의 적용하거나 활용하지 못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더구나 과학과 기
술의 발달과 역할이 날로 증대됨에 따라 나타나게 된 환경문제, 인간의 기계화, 위험물질의
남용 등과 같은 사회 문제들을 학문중심의 과학교육으로만으로는 대처할 수가 없게 된 것이
다.

이에따라 학문중심 과학교육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게 되었으며 과학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STS (Science-Technology -Society; 과학-기술-사회) 교육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과학교육 개혁도 바로 STS 교육으로의 접근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STS’라는 용어는 영국의 물리학자 J. Ziman(1980)이 그의 저서 ‘과학과 사회를 잇는
교육(Teaching and Learning About Science and Society)’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그는 학
교 과학교육의 방향을 재점검하려는 노력에 대하여 철학적 틀과 일상의 명칭을 제공하기 위
하여 STS라는 명칭을 붙였다.

STS 교육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과학과 사회를 잇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을 순수
학문의 맥락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사회적, 인간 경험적 맥락에서 다루고 학습함
으로써 과학과 기술과 사회의 상호관련성을 이해하고 과학의 가치 및 한계까지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을 의미한다.

또한 수업시간에 과학과 기술에 관련된 사회문제를 도입하고 모든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여
의사결정을 해 봄으로써, 장차 이러한 유사 문제에 직면했을 때 현명하게 의사결정을 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있도록 하는 과학학습을 의미하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STS 교육은 과학교육계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인문과학 등 다른 학문영역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전세계적인 조류이다. 여러 교육
단체와 교육자들은 STS 교육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하고 STS 교재를 발행하고
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선진 여러나라에서는 STS 교재가 초등 및 중등 교육현장에서 직접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Stanford, N.Y.U, Iowa 등 많은 명문 대학에서 STS 과
목을 개설하고 있다.

초기의 STS 교육은 인간, 가치, 환경이라는 세가지 큰 주제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졌다. 과
학교육에서 STS적 접근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STS적 접근은 수업방법, 학습내
용 및 소재선정, 평가 등의 영역에서 전통적 과학교육과는 많은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과학학습에서의 대표적인 STS 수업방법으로는 토론, 역할놀이, 모의실험, 의사결정 및 문제
해결, 자료분석, 조사활동, 연구설계, 사례연구, 다양한 시청각 기자재의 사용 등을 들 수 있
다. 학습내용에 연결하거나 도입되는 소재도 실생활적인 내용에서부터 과학자 혹은 과학기
술의 역사 등의 과학사적인 내용, 과학기술의 양면성이나 환경문제 등과 같이 과학기술과
사회문제를 관련지어 가치관의 형성을 도모할 수 있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아직도 단편적인 지식암기와 과학자들이 행한 탐구과정에 주로 역점을 두면서 학문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우리의 과학교육에 있어 어떻게 STS를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서는 학습내용이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STS 교육을 위한 주제는 교
육과정에서 선정하고 그 소재는 과학과 기술과 사회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써 실생활에서 학
생들이 경험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 관련이 있는 소재를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소재는 기존의 과학이나 사회 교과목의 특정내용에 적절하게 도입되거나 단원의 끝부분을
확장하여 도입할 수 있다.

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과학과 사회를 잇는 교육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STS 교육이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에서 적용되고 STS 교육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교육소재를 개발하여 보급하며, 현장 교사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교사들이 STS 학습지도를 할 수 있는 교육적 여건과 재정적 뒷받침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경희<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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