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문화현장의 가교역할’을 하겠다던 구기동 미아 미술관이 개관 4개월만인 지난 12월 7일 문을 닫았다. 처음 개관 당시 미아 미술관은 미술의 현장과 제도사이, 그리고 예술가들과 대중 사이에서 가교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독립적이고 대안적인 현대미술을 지향했다.

그 시작으로 개관기념전인 <고난 속에서 피어난 추상>에서부터 <이승택-그려지지 않는 그림들>, <김관수 초대전>, <최선 초대전>을 연속 기획하는 등 전통과 현대적 가치를 잇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다. 하지만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으로 운영하겠다던 애초의 기획과는 다르게 결국 ‘재정상’의 문제로 폐관하게 되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폐관을 둘러싸고 운영자 측과 실질적인 관리를 담당하는 미아 미술관 스태프 측의 의견이 이상하리만큼 상충적이라는 점이다. 미아 미술관 운영자 측은 ‘수익성 없는 미술관 운영은 할 수 없으며 더 이상 재정상의 문제를 극복하기 힘들다’라는 말로 일축하며 폐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고수했고 큐레이터를 비롯한 스태프들은 재정상의 이유는 시간적인 문제 일 뿐이라며 운영자들의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을 지적했다.

미아 미술관 스태프들은 ‘그동안 재정 부족으로 인해 자신들의 분야 외에 웹 사이트 디자인과 같은 전문적인 부분까지 한정적 인력으로 해결해 왔다’며 잘못된 미술관 운영 방식을 꼬집기도 했다.

2년간의 준비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4개월 동안 수익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통보식 전달을 통해 폐관 결정을 내린 이번 경우는 예술산업 구조에서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본의 테두리 속에서 순수예술이 성장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술산업에 대한 근시안적인 의식과 원활한 의사소통의 부재가 그 성장을 막는 더욱 커다란 방해요소다. 자본에 얽힌 끊임없는 잡음으로 인하여 순수하게 문화를 향유하거나 의식 있는 소비를 이끌어내지 못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미술관의 존립가치를 단지 자본논리에만 묶어두어 저급한 예술 문화의식을 조장하는 것이야 말로 미아 미술관을 넘어 예술계 전반의 질적 수준을 낮추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미술계뿐만 아니라 예술계 전반이 자본논리에 눌려 본래의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술영화나 비주류영화를 상영하던 코아아트홀 등이 재정상의 이유로 이미 폐관되었기 때문이다.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예술의 장이 되어야할 문화산업의 영역이 그 의미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개인 혹은 집단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인하여 올바른 문화의식을 주도하고 개혁적인 예술문화를 이끌어가야 할 순수 문화사업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다. 예술계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자본의 손아귀가 적어도 창의적이고 순수한 예술의 기본 의식만큼은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예술을 받아들이는 소비자이자 수용자의 지속적인 관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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