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과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허구
  • 정길수 기자
  • 승인 2004.12.04 00:00
  • 호수 15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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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금기화 들여다보기

지난 몇 십 년을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는 빠르게 민주화되어왔고, 금기시되어 왔던 대부분의 것을 하나둘씩 허물어 왔다. 그러나 마약에 관해서는 여전히 다른 목소리나 의견이 끼여들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것은 마약에 대한 국가적 통제가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체로 이러한 사회적 합의는 억압과 통제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른바 민주화의 진전으로 억압과 통제의 토대가 붕괴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약에 관해서만은 여전히 이런 사회적 합의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떠한 사회적 합의가 잔재하고 있는 것인가. 대마초의 금기화는 단순히 대마초의 유해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 발간된 『대마를 위한 변명』에 따르면 대마초의 불법화는 미국에서 시작한 국가의 억압 장치와 자본주의적 질서의 협작에 의해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마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시피 풀이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식물은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해온 가장 대중적인 식물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져 왔다. 대마줄기의 섬유는 삼베를 짜거나 로프, 그물, 천막 등을 만드는데 쓰일 뿐 아니라 그 열매는 향신료의 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대마는 성경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무려 5백 마리의 양을 때려잡아야 했던 잔혹한 시기의 종말을 고하고 7백년 동안 이슬람에서 종이의 가장 중요한 원료로 대접받아 왔으며, 키우기도 쉬워 예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삼베’를 만들어냈으며 또한 천식, 녹내장, 종양에서부터 스트레스, 편두통에 이르기까지 치료제로도 널리 인정을 받아 왔다.  

프랑스국립위생의학연구소(INSERM)가 최근 보건장관에게 공개된 「마약류의 위험성이 야기하는 문제」라는 보고서는 마약류를 위험도에 따라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 1급에 헤로인, 코카인, 알코올, 2급에는 심리자극제, 환각제, 담배, 정신안정제 그리고 3급에는 대마초를 열거하였다. 비단 이 보고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수많은 연구결과 대마초의 인체 위험도를 담배와 술보다 약한 것으로 발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마초에 대한 사회 보편적인 인식은 대체로 이상과 같을 것이다. 대마초는 대표적인 마약류 중 하나로서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고 폭력을 선동하며 사회를 위협할 뿐 아니라 결국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반윤리적이며 반사회적인 약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마를 위한 변명』에서는 이렇게 수천 년 동안 인류의 벗이었던 대마는 지금 마약으로 구분되어 많은 사람들은 담배나 술보다도 대마초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잘못된 편견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마초가 헤로인, 코카인, 히로뽕과 같은 무서운 마약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자본주의가 대마초를 적대시한 가장 큰 이유가 담배는 현실을 겨우 견뎌낼 만큼의 적당한 기쁨을 주지만 대마초는 지나치게 적은 비용으로 과한 기쁨을 줬기 때문이라고 『대마를 위한 변명』은 주장한다.

‘진보와 혁명’으로 상징되는 대마초는 금욕적 노동에 기초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마도 자본주의는 그래서 노동자 계급에게 대마초를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대마를 위한 변명』은 ‘법으로 금지된 약물’로 정의되는 마약중 하나인 대마에 눈을 돌리고 그를 꿈꾸고 있다. 금욕을 강요하는 사회가 받아들이기에는 참으로 불온한 상상이다.

현재 대마초에 대한 유해성에 대해 세계 각국에서 한찬 진행 중이다. 이제 한국사회도 과거 구식의 비민주적 의식을 미뤄두고 대마초 금기화의 심도 깊은 논의가 요구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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