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사진을 들고 난리들이다. 누구는 눈두덩이나 너무 부어있다고 하고, 누구는 턱이 너무 네모나게 나왔다고 하고 누구는 딴사람처럼 나왔다고 투덜거린다. 교무실에 우루루 몰려와서 절대로 이걸 앨범에 올릴 수 없다고 따진다.

다시 찍어달라고 하고 어떤 아이는 차라리 자기가 찍어올 테니 그걸로 바꾸어 달라고 한다. 담임은 안타깝게도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왜냐하면 하나, 둘, 들어주면 모두 다시 찍자고 덤빌테니 말이다. 글쎄다. 아이들이 고객이니 정말 아이들이 원하는 사진이 올라가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 졸업앨범을 웨딩사진 찍듯이 만들어야 하는지 모른다.

이미지의 홍수다. 디카가 나오더니 이제는 디카폰이 보통 카메라보다 성능이 더 좋은 상황이다. 아이들은 카메라를 들고 연신 자기 모습을 찍어대곤 한다. 그러나 결코 사진은 더 이상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이 아니다. 아이들은 사실 자신의 본래 모습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끊임없이 찍어내고 지워낸다. 어쩌면 아이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한거풀 벗겨내고자 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정화를 하다보면 자신이 정말 원하는 모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카메라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손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수단인 것은 틀림없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적금을 부어서 제일 먼저 할일이 눈두덩이 살 빼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것은 아주 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러나 카메라는 잘 만하면 그것을 단박에 실현해 줄 수도 있는 편리한 도구이다. 때문에 그들은 연신 사진을 찍어대고 지워댄다. 그러다가 하나 잘 건지면 그날은 대박을 터트리는 날이다. 더군다나 졸업앨범인데 결코 함부로 아무런 것이나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자신의 모습을 공식적으로 승인해 주는 증명서가 아닌가?

물론 앨범업자도 나름대로 노력하기는 했다. 포토샵을 이용하여 모든 학생들의 얼굴에 분칠을 했고, 입술은 반짝거리도록 루주를 바르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결코 만족할 수 없다. 각자 자신의 이상형이 있고, 자신만이 느끼는 콤플렉스가 있다. 그들은 그것을 일일이 앨범업자와 상의하여 수정보완을 했어야만 했다. 그러기에 앨범은 너무나 값싼 물건이다. 아이들이 디카폰을 하나, 둘, 장만하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부유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얼마 후 졸업을 하고 여기를 떠날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과연 도달하고자 꾸었던 꿈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들이 써냈던 각가지 장래희망들, 바램들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혹시 그것은 그들이 가슴에 품고 나가는 값싼 앨범처럼 끝내는 실현되지 않는 꿈으로 남아 과거를 떠돌고 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나는 설령 그렇더라도 그들이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자신의 얼굴에 대한 추억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진정한 꿈은 못생기고 어설프게 느꼈지만 그래도 생기발랄했던 그 표정 속에 살아있었으니까 말이다. 나의 기억 속에는 그 모습 그대로가 너무나 사랑스럽게 남아있다.

이 글을 쓴 김인규씨는 안면중학교 교사로 활동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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