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는 하늘을 고무공으로 만들어버린다.  둥둥 북소리가 길바닥을 넘쳐와서  잠들었던 애기를 깨워 버렸다. 나는 “저 엿은 맛이 쓰단다”고 애기에게 말했다. 북소리 때문에  나는 서 있기도 싫을 만큼 속이 상했다. 눈을 뜬 애기가 측은하여 함께 툇마루에 나가 나란히 앉았다.
국엿장수는 “날씨 참 좋습니다” 수작을 걸었다. 화가 말라버린 뜰녘에 2월의 하늘이 빛났다.  애기는 내 소매를 꼭 잡고 있었다.   -오가다 가메노스께, 『부자(父子)』

전생에 한번쯤 그곳을 보았던 것 같다고 했지. 다 허물어진 판자집 마당의 시든 국화꽃들,  수돗가에 놓인 쾌청한 세수대야,  담배를 피우는 노인, 그리고 햇빛 쪽에 나란히 세워놓은 아이들의 흰 실내화…. 그래서 그곳을 지날 땐 내 왼쪽 손의 가난한 너는 손을 꼭 잡곤 했었지.

이 글을 쓴 이윤설씨는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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