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을 회상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인 교복이 한때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간주되어 폐지되어 사라진 적이 있다.

그것도 아이러니하게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에 말이다. 70년대 학교를 다녔던 나의 기억 속에서 그것은 분명히 지워버리고 싶은 군사문화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단추검사, 호크 검사, 단체기합, 군사훈련, 등 일사불란한 집체식 활동들이 그것에 오버랩 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교복을 찢고, 밀가루를 뿌리고 했던 것은 그런 억압적인 군사문화에 대한 일탈이었다. 교복의 폐지는 그런 악습을 폐지하는 중요한 상징행위였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안가 교복부활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교복부활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드는 첫 번째 이유는 학생들의 생활이 급속히 문란해졌다는 것이었다. 그 배후에는 불황을 맞고 있던 섬유계의 로비에 따른 것이라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교복이 폐지되었던 80년대는 칼라TV의 등장과 프로야구로 상징되는 소비문화가 본격화되는 시기였고, 학생들의 생활문화도 그에 따라 급속히 변화하는 국면에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그것의 주범을 복장자율에 덮어 씌었고, 옷을 사 입히는데 경제적 부담을 느꼈던 서민 학부모들의 찬성으로 교복은 다시 부활되었다.

옷 때문에 바로 드러나는 빈부의 격차에 대한 반감도 거기에 한 목하여 교복이 일률적으로 그것을 가려주기 바랬다. 물론 부활된 교복은 새로운 시대를 반영하듯이 양복 식으로 바뀌었고, 그 디자인도 다양화되었다.

요즈음 학생들을 보면 두발자유를 갈구하는 것만큼 교복에 그렇게 적대적이지 않은 듯 하다. 특히 여학생들이 그러한데 치마를 줄이고 허리를 파서 몸에 착 달라붙게 만드는 등 그것을 거부하기 보다는 고쳐 입는 쪽을 선호한다.

 교복이 또 다른 패션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연애인들도 교복 식의 패션을 하거나, 교복을 입은 만화 케릭터도 유행한다. 심지어 포르노의 경우에도 교복은 아주 중요한 성적 요소로 등장한다. 교복은 이제 청순함, 혹은 순결함의 아이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역설적으로 섹슈얼리티의 다른 모습이 된다.

성이 상품화되고 누구나 자신의 성적 상품성을 높여야 하는 시대에 있어서 <순결>은 놀랍게도 성적 상품성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아이콘으로 작용한다.

나는 교복을 입고 은밀한 곳을 드러낸 일본 포르노를 보다보면 교복이 과연 <순결>한가 반문하게 된다. 그것은 여전히 청소년을 틀에 가둬두고 순종시키는 가장 강력한 굴레가 아닌가?

또한 <순결>이란 중세의 정조대가 보여주는 것처럼 뒤집어진 섹슈얼리티의 기호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교복이 순결하지도 않겠지만, 청소년이 순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 글을 쓴 김인규씨는 중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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