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캠퍼스 전체가 음악으로 들썩였다. 바로 엠넷 ‘Just Live'공연 때문이었다. 공연 몇 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학생들의 줄이 길게 이어지면서 캠퍼스는 순간 거대한 문화공간으로 변모했고, 비가 오는 가운데에도 학생들은 관중석을 지키며 열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대운동장을 가득채운 학생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교내문화행사는 크고작은 규모로 학기 내내 열리고 있으며 이에 따른 학생들의 참여도는 공연내용의 관심 여하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학생들의 참여도에 따라 공연의 성패가 좌우되는 만큼 주최측에서는 홍보에 열을 쏟고 있지만 사실 행사 내용에 따라 참여하는 학생들의 숫자는 거의 부동적이다. 즉, 인기도라 할 수 있는 고정수요에 있어서는 거의 변화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엠넷 공연의 경우 입소문을 통해 미리 알려지기는 했으나 공연 하루 전에 홍보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원이 모여들었다. 반면, 문화위원회에서 야심차게 기획했던 ‘풍물패․노래패 연합공연’의 경우 적지않은 홍보를 펼쳤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관심 분야 열외로 벗어나면 눈길조차 두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 치더라도 그 관심분야가 모두 대중문화라는 한쪽방향에 치우쳐 있음은 문제가 된다. 어떤 것이든지 ‘편식’은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생들이 문화를 이른바 ‘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대학문화의 본산인 교내공연마저 대중적 취향에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학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여러 구성원들이 공존하며 이러한 다양한 생각의 흐름은 대학문화에서  전체문화로, 새로운 주류가 된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대중적 취향에 맞추어 관심밖의 문화가 도태되고 문화공연이 인기위주로 획일화 되다보면 당장은 학생들의 참여를 얻어낼 수 있겠지만, 이는 문화간 유기적 소통을 깨고 전체문화의 저급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취재과정 중에 만나본 1캠 문화위원회 위원장 이보미씨(정경대 정치외교학과 3)는 “현재 대학문화는 대중문화와 구분짓는 선이 사라진 상태다.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려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있지 않아 곧 대학문화의 꽃이라는 축제가 열린다. 일부에서는 줄곧 대중적 취향에 매달려왔던 관행을 고쳐보고자 다양한 문화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만 참여하는 일부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입맛대로 맛볼 수 없는 일이 그리 달가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공연의 질적 수준이나 내용보다는 그저 즐기고 놀자는 풍토가 만연할까 걱정스럽다. 이런 우려가 차라리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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