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 이래 급속도로 발달한  현대 생명공학은 전통적인 생명과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현대 생명공학은 우선 그 연구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특히 의학과 농수산업 및 식품산업 등의 분야에서 생명조작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것은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의 존엄성에 깊은 암영을 던지고 있다. 오늘날 기술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객관적 실재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사고의 변화까지 가져오는 주체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과학기술로 말미암아 인간은 그 자신의 근본문제, 즉 삶과 죽음의 문제에까지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 혼란은 특히 유전공학적인 조작, 산과학(産科學)의 기술적 발전, 생명연장기술 등을 통하여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생명문제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생명공학자들과 정책결정자들에게 가장 심각히 요청되는 것은 그들의 직무를 윤리적 태도 위에서 수행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생명공학 종사자들과 의료인들, 국가의 정책결정자들, 입법가들은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 앞에서 보편적 윤리원칙에 근거한 판단과 행위를 결단할 윤리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그때그때 자의적인 가치평가를 하거나 특히 상업주의에 놀아나고 있다. 우리가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은 생명공학은 생명현상을 이용하여 산업 및 의료 분야에서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모든 기술적 고안과 그 응용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생명공학에 대한 논의는 대체로 유전공학자들의 꿈과 주장을 일방적으로 소개하고 선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특히 상업적인 언론매체는 단순한 사고를 하는 생명공학자 또는 생명공학관련업계의 검증되지 않은 꿈같은 주장을 보도하는 데만 주력하였고, 생명공학기술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아니하였으며, 그나마 아주 피상적으로 다루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만을 기대했던 핵에너지가 오히려 인류와 지구파멸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자만과 통제되지 않는 욕구가 생명공학기술을 통하여 인간을 위협하고 나아가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긴요한 것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윤리의식의 성숙이다.

왜냐하면 생명의 문제는 단지 생명공학기술자, 소위 바이오벤처, 즉 생명산업가와 정책입안자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의 공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며, 모든 사람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연구와 실험도 모름지기 거부되어야 한다는 철저한 의식이 요청된다.

따라서 우리는 한편으론 생명공학이 오로지 인류의 안녕과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할 것이며, 다른 한편으론 생명과학자들이 안심하고 연구할 수 있는 한계도 제시해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소극적으로는 과학과 기술을 통제하는 제도와 법을 제정하고 이를 누구나 준수하도록 해야 할 것이고, 적극적으로는 생명존중에 대한 교육, 즉 생명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만일 생명공학기술자들이 공명심이나 상업성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거나 건전한 양식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그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말 것이고, 인류에 재앙을 가져다 주는 죄인이 되고 말 것이다. 

생명공학이 가져올 긍정적 결과와 부정적 위험에 관한 논의는 아직 일천하므로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허용과 제한에 대한 논의는 각계각층에서 더욱 더 활발히 논의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한 일반대중의 계몽, 즉 생명윤리교육과 여론의 환기가 참으로 긴요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생명공학자들은 규제, 즉 윤리 및 법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자유방임적 과학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그런 과학자들의 태도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생명공학의 설명 전략은 물질적 환원주의, 기계적 결정론, 개체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생명공학의 기조는 인간의 기능을 가능한 한 수량(數量)으로 표현하고 측정가능한 生化學的․生物理學的 과정으로 환원시키며, 따라서 인간을 사물화(事物化)하는 것을 능사로 삼는다.

그래서 그것은 유물론적이며, 실제로 측정할 수 있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가 되고 초월적 실재를 부인하며, 최근에는 모든 질병을 유전적 소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유전자결정론까지 내세우면서 유전자를 해독하고 유전자를 조작․변형하고 생명을 복제할 수 있는 데까지 이르렀다. 생명공학자들은 새로운 것과 진보에 대한 맹신에 사로잡혀 있고, 경쟁과 신속한 성취에 몰두한 나머지 정치가와 사업가의 회유와 농간에 쉽게 빠져버리기도 한다.

그 결과 생물무기, 화학무기의 발명과 제조와, 생명을 경시하는 공해산업의 창궐과 생명조작이 그들의 손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아무튼 그들이 정치가들의 강요에 의했건, 사업가들의 금전적 유혹에 빠졌건 그들 자신의 지적 호기심 충족과 공명심에 의했건 간에 그들은 불특정 다수의 인명살상과 생명존중훼손에 도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생명공학자들이 생명존중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을 보호하고 교육하지 아니하면 안 될 것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가장 심각하게 문제되는 것은 유전자 조작기술과 복제문제이다. 현재 인간 개체 및 배아 복제는 인간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윤리적 이유로 거의 모든 나라에서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배아복제는 난치병의 치료에 유용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생명공학자들이 연구하고 싶어한다.

한국에서는 일부 생명공학자들이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배아복제와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허용하고 있지 않는 이종간교잡행위까지도 허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금년 2월 세계 최초로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인간배아복제줄기세포주가 황우석 교수팀에 의하여 생성되어 국내에서 엄청난 찬사를 받았으나,이것은 국제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배아줄기세포의 생성은 필요한 난자를 얻기위하여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고 또 다른 생명체인 배아(태아)를 살해하지 않을수 없다.따라서 인간복제문제는 특정한 나라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임으로 유엔에서 하나의 통일된 지침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어떤 연구와 실험과 거래도 모름지기 거부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오로지 인류의 안녕과 생명안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생명윤리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쓴 진교훈씨는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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