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발행하는 신문이 대학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면을 신설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중앙대가 매주 발행하는 <중대신문>은 지난 8일치 1312호부터 12면에 제1캠퍼스가 위치한 서울 동작구 흑석동과 제2캠퍼스가 있는 경기 안성군의 학교 주변지역 소식을 담은 지역면을 신설했다. … 중대신문사가 지난 9일 흑석동과 안성 지역에 14개의 배포대를 마련하고 5천여부의 신문을 무료배포하자 신문사엔 하루 10여통의 격려 전화와 편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후략)
                                                                                    ― <한겨례>, 1995년 5월 15일자

대학신문 최초로 대학과 지역의 연계를 위해 탄생했던 지역면이 2004년 6월 7일 1558호를 마지막으로 중대신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사라지게 되었다. 꼭 10년 만의 일이다.

중대신문 지역면은 신설 당시 흑석과 안성의 주민들은 물론 타 대학, 일간지, 각 지역단체 등 많은 단위에서 호응과 관심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일순위로 꼽을 만한 중대신문의 특징 역시 지역면이었고, 지난 10년간 대학과 지역의 연계에 있어 중요한 많은 부분을 지적하고 끌어내 주었다.

지역면이 큰 관심을 받았다는 것은 곧 대학과 지역의 연계성이 갖는 중요성을 모두가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대학은 지역 안에 있고, 지역은 대학으로 대표된다. 실제로 대학이 발전하고 인지도가 높아지면 기본적으로 대학주변의 상권이 발달하게 된다.

또한 지역이 발전할수록 대학 캠퍼스의 이미지에 대한 호감도 역시 함께 상승하게 된다. 대학과 지역의 발전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서로간의 소통은 무엇보다 중요하게 인식되어져야 하는 점이다.

그러나 대학과 지역 구성원들이 연계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소통의 공간이나 기회는 많지 않았고, 중대신문에서는 이 점에 주목하여 ‘지역면’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언론을 지역사회와 대학사회의 연결고리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면은 일단 이 시도 자체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고 어느 정도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주민들은 높은 상아탑의 담벼락 너머에 있던 대학의 실체에 조금은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되었고 학생들도 지역을 친숙하게 느끼게 되었다.

자질구레한 지역의 소식에서 학교와 연계한 큰 행사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지역의 인물에서 평범한 주민 한사람까지 대학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자 했다. 지역선거 때마다 중대신문이 약간의 위력을 발휘했고, 지역축제나 행사를 함께 했으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일반 기사에서도 독자층을 주민까지 늘려 지역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면은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다. 분명 ‘대학과 지역의 연계’는 중요한 가치지만 아무런 기반이 없는 가운데 중요성만 강조하는 것은 끊임없는 쳇바퀴였던 것이다. 사실상 대학가의 상권 이외에는 크게 공유되는 점이 없었던 상황에서, 수많은 대학들이 그렇듯 중앙대 역시 지역사회와 무관하게 흘러갔다.

애초에 예상했던 호응이 사그라진 시점에서 대학과 지역의 모습 역시 지지부진 답보상태였고, 지역부 기자들의 고민은 매 학기 반복되었다. 토대가 없는 가운데 대학과 지역을 연결해야 했기에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아이템 발굴을 해내야 했던 것이다. 매회 좀 더 새롭고 참신한 것을 추구하는 신문에 비해 대학과 지역의 모습은 10여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매번 기사의 결론 역시 ‘연계가 더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역면이 이러한 한계점 때문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분명 중대신문 지역면의 시도는 의미있는 것이었고, 면이 사라진다고 해서 10년의 경험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과 지역의 연계’라는 중요한 가치는 여전히 주시할 것이며, 다만 그 방법에 있어 발전적 해체의 길을 걷는 것뿐이다.

지역면이 없는 대신 지역면의 소식은 취재면으로 갈 것이며 지역공연 소식은 문화면으로 갈 것이다. 지역의 문제 역시 사회면에서 다루어줄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도가 단지 매개체일 뿐인 언론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학사회와 지역사회 역시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지역면은 대학과 지역을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 나가는 과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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