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모 고등학교에 학내에서 핸드폰 휴대를 금지한다고 해서 언론에 올랐던 적이 있다. 이유는 수업시간에 핸드폰 사용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얼마나 만지작거리는지 이해할 만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휴대 자체를 금지한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4-5년 전만 해도 수업시간에 손거울을 보다가 빼앗기는 일은 종종 있던 일이었다. 휴대폰이 일반화되기 이전의 학생들이 선생님 몰래 들여다보는 물건 중에는 손거울이 있었다. 특히 여학생들에게 그러한데, 수업시간에 몰래 여드름을 짜거나, 눈썹을 다듬거나 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핸드폰으로 대체된 것은 핸드폰이 거울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이유만은 아니다. 거울은 단지 얼굴을 다듬는 물건이 아니다. 거울에는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몰입되는 또 다른 세계가 자리하고 있다. 거기에는 자신만의 왕국이 자리하며 그곳에 나는 공주나 왕비나 왕자가 될 수 있다. 거기서 나는 나를 바라보며 그것만으로 황홀해질 수 있다.

이와 같이 거울이 단지 얼굴을 보는 물건이 아니듯 휴대폰도 또한 단지 통신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거울처럼 나만의 세계를 가능케 한다.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은 단지 남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넘어선 환상이 자리한다. 그것은 이미 자신이 만든 무대이다. 거울과 다른 점은 파트너가 함께 등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결말을 알 수 없는 스릴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핸드폰은 거울보다 세고 강력하다. 게다가 거기에 카메라와 MP3기능이 함께하면 완전한 하나의 세계를 구성한다. 더 이상 그 밖의 세계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밖의 세상은 그에 비해 답답하고 때로 징그럽기 조차 하다. 또는 그것들 앞에서 자신은 너무나 왜소하기도 하다. 그래서 머나먼 칠판의 짜증나는 분필가루 세계에서 관심을 거두고 홀연히 거울같은 핸드폰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부러울 것 없는 것이 아이들은 결코 핸드폰을 통해 학교를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교에 비한다면 핸드폰은 사실 장난감에 불과하다. 학교가 보여주는 환상은 이미 상상을 넘어서 그 자체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학교가 가르치는 것은 세계의 전부이다. 그들은 그게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하는 가장 큰 일은 문을 걸어 잠그고 학생들은 가두어 두는 일이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핸드폰을 금지하려 하지만, 학생들이 들여다보는 핸드폰의 세계는 결코 학교 밖의 진짜 세계가 아닌 것이다. 학교가 세상속의 섬이라면, 학생들은 그 안에서 또 다시 섬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쓴 김인규씨는 안면중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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