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신임감독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동시대적인 감성과 고민, 그리고 그것을 담아내는 새로운 형식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그들이 우리에게서 나왔으되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누군가가 되기를 바란다. 최근의 한국영화가 보여준 성과를 칭찬하면서도 어딘가 아쉬움을 느낀다면, 이는 그러한 질적 도약을 기다리는 조바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표성은 그리 되겠다는 식의 선언이나 이래야한다는 식의 당위성을 통해 획득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공감각을 자극하고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상처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아픈 성찰이다.

홍상수의 신작 '강원도의 힘'은 헤어진 두 연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정작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아름다운 재회가 아니라 현실의 추한 모습들이다. 비 전문배우의 기용과 현실의 단면을 잡아내는 놀라운 관찰력은 영화가 보여주는 삶의 순간들을 현실과 가장 가까운 곳까지 접근시킨다. 그렇게 영화는 잔인하면서 집요한 방식으로 우리시대의 사랑을 조롱한다. 작가 홍상수가 만들어 낸 개인적인 영화 '강원도의 힘'에서 우리가 꿈꾸는 '그런 사랑은 없다'.

현실에 대한 암울한 시선은 '바이 준'에서도 공통된다. 파리에서 공부한 최호 감독은 20대에 갓 접어든 젊은이들이 느끼는 고통을 현란한 화면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양주, 대마초, 낙태로 이어지는 방황의 시간들은 모두가 아니라 누군가의 고통이다. 이것이 개인적인 고통이라는 것을 전제로 자유분방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영화는 솔직하다. 다만 그러한 솔직함에 취한 탓일까. 아쉽게도 프랑스의 누벨이마주나 왕가위의 어딘가를 닮은 듯한 화면의 거친 현란함은 영화의 응집력을 위험한 수위로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현실을 바라보는 개인의 관점을 솔직하게 열어보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강원도의 힘'과 '바이준'은 그들이 보는 세상을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통해 진술하고 있다. 이러한 용기 있음이 앞으로의 한국영화를 밝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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