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의혈캠퍼스에 '통일'을 화두로 한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공대 A.V.Room에서 열린 총학생회(회장: 제민준, 법대 법학과.4)주최로 이번 참대학은 '둘보다 더 큰 하나됨을 위하여'라는 주제를 가지고 고은 시인의 특강으로 진행되었다. 고은 시인은 직접적인 역사/통일에 대한 접근보다는 통일과 관련된 주변적인 것을 예로 들면서 통일이라는 화두를 우회적으로 풀어나갔다.

고은 시인은 특히 '언어'에 중점을 두어 그 속에 함축된 실존성, 역사성을 피력했다. "말은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동시에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체와 객체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주객을 떠난 동등한 위치로부터 동시에 언어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일치성의 문제에 결부된다." 고은 시인의 말을 빌자면 일치성은 사랑을 파생시키고, 이 사랑은 적대적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청중들로 하여금 남북의 적대적 감정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면서 통일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켰다.

분위기가 한참 고조될 즈음 "이놈들, 내가 술 좋아하는 줄 알면서도 소주 한병 사오는 놈이 없군!"이라는 갑작스런 고은 시인의 고함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고, 뒤늦게 총학생회측이 준비한 소주 몇병과 오징어 안주가 강사와 학생들 사이로 오가는 희귀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통성이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다. 시대 상황에 맞게 유연해야 함에도 우리들은 변치않는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 통일문제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 어느 한쪽에 정통성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자기 울타리 안에서 치열하게 싸워봤자 소용없다. 열린 마음으로 일치감을 맛보아야 할 때인 것이다." 다소 격양된 어조로 끝을 맺은 이번 특강은 강사와 청중간의 벽을 허물긴 했지만 역사/통일에 대한 과감한 접근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 자리였다. 그러나 행간을 읽을 줄 아는 대학인이라면 고은 시인이 여백으로 남겨둔 '통일'에 대한 화두를 자신만의 '언어'로 메꾸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역사 말하기를 조심스러워 하는 고은 시인이 흔쾌히 역사/통일 특강을 수락한 이유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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