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는 빨간책으로 우리 대부분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새로운 세상의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억압된 잠재의식이 만들어낸 무의식에 젖어 막연하게나마 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우리는 흔히 성이라 하면 숨겨야만 하고 비밀스러운 것으로 치부해 버려 성욕구를 누른 채 눈치만을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사회처럼 성이 문화적으로 억압되고 통제되는 사회도 드물다. 성에 대해 얘기하는 일조차 더럽고 추잡하게 생각하고 합법적인 포르노 비디오는 한편도 찍지 않는 나라에서 포르노를 개봉관 영화만큼이나 자주 볼 수 있는 사회.

이런 모순된 사회적 시각을 탈피해 예술대 영화동아리 질주(회장: 연현우, 예술대 산업디자인 학과.3)는 지난 3월1일부터 4월3일까지 에로 영화제를 마련했다. 무삭제(no cut)로 상영된 이번 영화제는 '감각의 제국'을 시작으로 '연인', '크래쉬', '이온 플럭스'가 예대 5401 강의실에서 상영되었다. 섹슈얼리티와 타부에 대한 저항을 통해 정부의 검열제도와 싸우려고 만든 영화 감각의 제국, 육체적 탐닉을 즐기는 장면을 연출한
영화 연인, 특히 인간과 기계사이의 섹스, 즉 기계를 매갤 한 섹스를 생각하게 하는 크래쉬는 최근 국내 영화상영작으로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영화제를 기획한 연현우군은 "우선 이번 축제는 신입생을 위한 영화제였다. 입시제도 아래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후배등에게 에로 영화제를 통해 '야하다'와 '별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경계의 선을 지우고서 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마련했다"라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성'이라면 무조건 은폐시키고 보자는 식의 우리 사회에서 이번 영화제는 과감한 시도였다. 이번 에로 영화제는 봉건 유교 사상에 뿌리를 둔 여성관과 수직적인 상하관계, 신분사회의 인습인 존대법의 지나친 발달과 그 인플레이션 그리고 모든 성표현을 금지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서 왜곡된 성에 대한 의식을 바로잡기 위한 학내에서의 첫 걸음이다.

그러나 영화제 준비과정에서 발생한 갑작스런 장소의 변경으로 관람객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질주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미 교학과와 총무과의 결제를 맡아 복지관 3층 교양강좌실로 장소섭외를 마친 상태여서 우리는 예대로비에서 표를 판매했다. 그런데 학교측은 단순한 행정착오라며 사용을 불허한다는 통보를 갑작스레 해왔고 마침 주말이 겹친 상태여서 학우들에게 미리 알리지 못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질주 측은 관람 수요자에 비해 협소한 장소와 시간부족으로 말미암아 충분한 사전공고가 안돼 학생들에게 불편을 준데 대해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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