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음악을 이야기 할때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은 첫째, 북한체제에 대한 이해이며 둘째, 우리와 다른 민족문화예술에 대한 개념이다.

북한체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의 눈으로 북한사회를 판단하거나 평가해서는 그들의 예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예술은 예술가의 독창성이나 참신성에 그 가치를 두고 있으며 때로는 대중적인 선호도나 상업적 가치만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북한에서의 예술은 철저하게 인민을 위한 교양이나 당의 정책선전을 위한 프로파간다의 기능에 그 가치를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의 예술은 통속성의 다른 표현이기도 한 인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인민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표현의 방법과 당의 정책과 노선 혹은 수령의 형상화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있는 것이다.

민족문화예술에 대한 개념 또한 남북이 상이하게 다르다. 우리 민족예술의 개념이 전통의 보존과 이의 세계적 경쟁력에 있다고 한다면(물론 이것은 정부의 공개적인 입장이다. 민예총과 작가회의 등 여타 단체의 입장은 이와 다를 수 있다) 북한의 경우는 전통의 창조적 계승을 민족문화예술의 개념으로 상정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경우는 무형문화재 선정 등 보존을 위한 정책을 쓰고 있으며 북한은 민요라든지 전통악기를 현대에 맞게 재창조하거나 개조하고 심지어는 옥류금 같은 악기를 창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두 입장은 서로 장단점을 갖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때로 '전통의 박제화'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고 북한의 경우는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하는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북한이 자랑하는 옥류금의 경우 이를 사용하는 나라는 오직 북한뿐이다)

그렇지만 아직 어느 가치관이 더 훌륭하다는 평가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 동안 남북의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동등한 문화적 위치에서 접근하지 못하고 정치, 경제의 논리에 따라왔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 통일을 대비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남북 문화예술의 이질성이 민족예술의 동질성 회복이라는 대 전제를 통해 상호 이해되고 통합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러한 두 가지를 전제하고 북한의 음악을 살펴보았을 때 우리는 북한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고 통일음악으로 가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음악은 크게 세 가지의 틀로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는 김일성 주석이 민족적 전통에 자신의 혁명성을 결합해 창작했다고 하는 혁명가요이며 둘째는 주체사상에 따라 민족음악의 형식문제가 제기되면서 시작된 악기개량 사업이고 마지막으로 "양악기를 조선음악에 복종시키는 것은 민족음악건설의 원칙이며 이것은 우리 인민의 지향애도 맞는 것"이라는 김정일 비서의 지도에 따라 시작된 배합관현악이다.

북한의 음악은 주민들의 감각과 감정을 따르며 음율적 특성을 보존하는 것을 지향해 왔다고 한다. 그러므로 북한의 음악은 체제의 특성상 노동자들이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내용과 표현, 형태가 이해하고 접근하기 쉬워야 한다는 양상이 강조된다. 이렇게 인민성을 확보하는 것을 북한에서는 음악에서의 주체를 세우는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한편 혁명가요는 민족적 바탕위에서 김일성이 항일운동 시기에 창작했다고 하는 가요의 혁명성을 결합시켜 탄생했다고 하는데, 북한이 가지고 있는 프로파간다의 기능으로서의 예술관은 음악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교시에 의해 인민성, 통속성을 강조하면서 혁명사상을 전파하는 작업을 해왔던 것이다.

혁명가요의 가사는 핵심적 내용을 담는 음악의 정수로 간주된다. 그래서 북한가요의 가사는 추상적 사실을 배제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작곡에 있어서는 부르기 쉬운 형식이 강조된다. 북한 음악사에서는 일한 맥락에서 민족음악의 정수이며 민족음악의 우수한 특징을 집중적으로 재현하고 있는 민요를 발굴하여 재 형상화하는 사업이 중점적으로 추진되었다. 북한은 '아리랑' '양산도' '옹헤야'등 각 지방의 민요유산들이 편곡되어 널리 보급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것은 통일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렇지만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회의 본성적 요구와 음악의 혁명화, 주체사상화의 요구'라고 하는 북한의 음악활동은 근본적으로 우리와 차이가 있다. 1991년 김정일 비서가 썼다는 '음악예술론'의 핵심도 물론 주체사상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음악의 모든 문제는 주체사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음악에서 철저히 주체사상을 수용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음악과 매우 다른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혁명가요의 성과물로 북한이 발표하고 있는 것은 '조선의 노래', '반일전가'와 '조선의 별', '동지애의 노래'같은 것들이 있다. 악기 개량은 북한에서 강조하는 민족음악 발전의 중심사업이다. 이 국악기 개량사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것은 주체사상에 따라 민족음악의 형식문제가 제기되면서부터였다. 특히 1961년 조선노동당 제4차대회를 계기로 북한의 음악가들은 민족악기의 복구정비사업을 전면적으로 시행하여 60여종에 달하는 악기들을 전시회에 내놓은 일이 있다고 한다. 국악기 개량사업은 또한 남북한 문화교류시 많은 개량악기들이 선보였으며, 이로 인해 남한에서도 악기 개량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1990년 12월에는 평양민족음악단의 '송년통일전통음악회'공연에서는 옥류금을 비롯한 18줄로 개량된 가야금 독주를 열어 악기개량의 성과를 과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국악기의 개량은 남한의 국악기 개량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남한에서의 국악기 개량이 창작국악을 연주하기 위한 것이라면, 반면에 북한에서의 국악기 개량은 전통악기를 기본자료 정도로 보존하고 개량국악기를 통해 소위 '맑고 밝고 부드럽고 고운 음색'의 새로운 '민족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악기개량은 5음계 국악기를 서양식의 평균율로 개량하여 서양악기와의 배합 편성이 가능하도록 하고 음역이 넓어져 풍부하게 되었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개량된 악기는 현대음악을 연주하는데도 사용되면서 경음악 연주에도 활용된다. 북한의 경음악 연주에는 목관류 국악기를 배합하여 연주하는데, 북한의 경음악은 서양악기 만으로 연주되지 않고 기존의 서양악기에 '장새납'(대평소의 일종)과 '죽관악기'(단소, 고음저대, 중음저대, 저대)등 목관류 국악기를 배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이 이처럼 경음악에 목관악기를 배합하게 된 것은 "양악기와 민족악기를 배합해 우리식의 경음악을 완성해야 한다"는 김정일의 지시로 시작되었다.

그것이 배합관현악이란 형태인 즉 국악기 개량이 끝나고 서양의 악기와 우리악기를 배합한 관현악의 우리식 창조를 해낸다. 이는 전통적인 악기로는 불가능한 것이며 앞서 말한 서양의 문화를 우리문화에 굴종시켜야 한다는 이론으로부터 출발한 새로운 형태로서 만수대예술단이 창안했다고 전해진다.

짧은 지면으로 북한의 음악을 다 소개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렇지만 이만큼이라도 북한의 음악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우리는 보다 심도있게 북한의 예술을 연구하고 이를 통해 문화의 이질요소를 변별해야하고 이것이 통일 이후 우리 문화예술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문화창출의 관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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