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에 있어 총체적인 의식활동을 문화라 규정한다면 문화는 의사소통과정의 토대임과 동시에 소통되는 내용물이며 귀착지라 할 수 있다. 결국 의사소통과정은 문화에서 시작되서 문화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가 성립한다면 커뮤니케이션과 분리된 문화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이는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 준다. 이처럼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전제한다면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일대전환을 가져올 정보화 사회를 준비하면서 정보화와 문화에 대한 논의가 선행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 4일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사회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보화 시대의 매체정책과 문화정책' 공동 세미나는 이러한 측면에서 나름의 의의를 갖는다 할 수 있다. '정보화와 미래사회', '정보화시대의 발전전략', '정보화시대의 언론', '정보화 사회의 명암'등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세미나에서 제 2섹션 3부 발제를 맡은 윤석인 교수(경원대 신문방송학과)는 '정보화 사회의 문화정책'을 통해 정보화사회 속에서 문화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윤교수는 먼저 "정보화 시대의 문화정책에 관한 논의는 정보화로 총칭되는 사회적 변화요인이 문화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하면서 독립변수에 해당하는 정보화와 종속변수에 해당하는 문화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에서부터 논의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행정부처가 문화관광부로 결정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늘날 우리사회는 문화를 단순히 '유적관광'이나 '레저활동'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에 대한 올바른 개념 정립은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윤교수는 "정보화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한 시대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고 특정짓는 총체적인 의식활동의 수준으로 문화를 정의할 때 가장 분명하게 규명될 수 있다"며 이러한 거시적인 문화규정이야말로 미봉적이고 현상적인 문화정책에서 벗어나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문화정책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우리는 '신정부의 1백대 국정 과제중 문화정책이 극히 미진한 상황에서 교육. 문화 인프라 없이 교육을 개혁하고 정보화를 이룩하려는 것은 초석을 깔지 않고 기둥을 세우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결국 문화정책에 있어 교육의 중요성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화 시대에 있어서 확장된 채널의 가능성을 수준높은 의식활동으로 표출해 현실화하는 커뮤니케이터의 역할과 커뮤니케이터에 의해 증대된 문화를 받아들이는 수용자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윤교수는 "학교는 대량생산 체제에 적합한 수동적이고 참을성 있는 기계적 인간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상황을 파악하고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문화적 인간을 기르는 곳이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는 이 밖에도 정보화가 가져올 문화적 혼란상태 즉 저급하고 부실한 의식활동 내용의 유포, 정체불명의 외래문화유포 등 부작용을 감시하는 사회적 기능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반드시 그 감시가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당국에 의한 규제는 언론탄압이나 표현의 자유억압으로 일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감시의 주체는 커뮤니케이터와 수용자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게 윤교수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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