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김정남, 이장희, 송두율 그리고 최장집... 이 사람들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한때 월간조선에 의해 항간의 캭뵀멥가 되었던 사람들이다. 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더 많을 것이다.
예전의 월간조선 스타는 공직에서 물러 나거나 현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어야 했다. 그러
나 최장집교수 케이스는 이전과는 다른 점이 있다.

첫 번째는 최장집위원장이 여당내의 사퇴 압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건재하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조선일보의 설정된 의제에 다른 언론사들이 별로 동조하지 않고, 심지어 대결양상까지 벌일 정도로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만 바뀔 뿐 별로 다를 것이 없는 특정인의 사상논쟁, 사회적 위기감 조성, 다른 인물
(단체)까지로의 확대라는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최장집 사상논쟁은 왜 시작되었는가?
기자의 투철한 직업의식, 안보의식의 발로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조선일보도 한때는 좌익이었다. "소련의 힘을 빌어 조선 독립을 쟁취하자粹遮?사설까지
실었던, 박헌영, 김단야, 조봉암 같은 기자들이 있던 신문이었다. 그러던 조선일보가 일제 말
에는 조선의 청년을 총알받이로 내모는데 앞장섰었다. 그리고 이승만 정권에서는 반독재, 박
정희 정권 이후로는 친독재의 노선율 선택했다. 생존과 확대재생산을 위해서 조작된 상징이
필요했던 것이다. 컴5뗌豫라는 속내를 감춘 캣腑葡 또는 컁횐멥라는 상징이 조선일보의 간판
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조선일보식 안보관은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을지언정 국가 그
자체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일 뿐만 아니라 10대 일간지중 매출액 2위(3
천8백22억원, 97회계년도 감사보고서)의 언론재벌이다. 지난해말 IMF산태로 10대 일간지중
유일하게 당기순이익을 낸 3개의 일간지 중(중앙일보 1억 5천만원, 동아일보 4억원) 최고의
이익(96억원)을 낸 경영의 귀재이다. 이제 금강산을 코 앞에 두고 배에서 내리지도 못하는
기피인물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때 조선일보의 선택은 자명하다. 또 한번 반공 반북의 마녀
사냥과 공포분위기, 그리고 이로 인한 영향력과 발행부수 증대이다.

최장집 교수 사상논쟁은 오늘날의 조선일보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정권교체시대, 평
화와 화해로 가고 있는 탈냉전의 시대에 조선일보는 어떻게 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지를 적
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캅翩愿瑛?싫어요嘶箚?외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
다. 그리고 정권 핵심부에서 개혁과 시민사회의 권력 증대를 위해 활동하는 합리주의자들을
거세해 나가는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법원이 월간 조선 11월호에 대한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환영할 일이다. 물론 법원이 학문사상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
다.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좌파석이라는 표현만으로 인격권이 침해될 수 있다거나
전체문맥에 의한 왜곡인용의 가능성을 폭넓게 해석한 정도이지만, 이 또한 예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진보적일 수 있다.

언론개혁 없이 민주화도 정치개혁도 어렵다는 것이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창립정신이다. 건
강한 시민사회 여론 형성을 위해 조선일보의 안보 상업주의는 넘어야할 큰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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